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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4일 차 빨리 찾아온 위기

골프는 심리전

by 김수인

일 년에 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필드에 같이 나가는 멤버가 있다.

일반적인 대학 선후배 사이보다는 친하고, 피를 나눈 친형제보다는 못한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런 사이를 뭐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의형제?ㅎ

무튼 이 넷의 골프 실력은 도긴개긴이다. 그래서 늘 자존심 대결로 불꽃이 튄다.

어제도 역시나 살벌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고만고만한 실력 중에서도 그나마 평소 가장 승률이 높았던 한 선배가 어제는 첫 홀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거의 6개월 동안 클럽을 잡지 않았던 내가 1번 홀 첫 티샷을 쳤는데 오잘공이 나왔고

내 뒤를 이어 두 번째 티샷을 친 그 선배는 멀리건 까지 썼으나 두 번 다 어이없는 샷을 치고 말았다.

티샷뿐만 아니라 세컨, 써드,, 어프로치, 퍼팅까지 폭망이었고 결국 파5에서 7오버를 했다.

나머지 멤버는 올 보기로 첫 홀부터 6타 차 차이. 여기서 이미 게임은 결판이 났다.

역시 골프는 심리전이라는 걸 다시 느낀다.


18홀 내내 고전하던 그 선배가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했다.

순간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러자고 기계적으로 답했다;; 아차 싶었다.

금주 3일 차에 찾아온 위기였다.

금주 결심을 어기는 것보다, 와이프와의 러닝 플랜을 지키지 못하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러닝을 그렇게 싫어하는 와이프를 졸라서 딱 1달만 같이 뛰기로 한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선배와의 술자리는 사정을 설명하고 무위로 돌렸다.


그동안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예전 같았으면 술자리가 우선이었을 텐데.ㅎ

이렇게 뒤늦게 철이 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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