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07
2024년 12월 31일은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퇴사한 날이다. 37년을 한 회사에서 보내셨기에 어떤 기분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니는 것과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할 수 없다. 아니해서도 안된다. 각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나는 3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사실 사회생활 초반에 방황했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수많은 임원 및 동료들을 만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Industry 및 Topic 관점에서 경험 분야를 넓혀 가고 있다.
반면에 아버지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오셨다. 2-3년 뒤에 벌어질 일도 예측하셨다. 그리고 큰일이 벌어져도 주변의 자원을 적재적소 활용하여 해결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신기했다. 이것이 축적의 힘이 아닐까 싶다.
정답은 없다. 다양한 경험과 축적 모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해줄 것이다. 분야에서의 치열한 고민과 성공/실패 경험의 축적은 나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해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 나는 축적의 시간을 가지기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효율적인 업무가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더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고,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 복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등 지금 현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부족한 것들은 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채워나가고자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아버지가 새삼 존경스럽다. 나는 아직도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어떻게 한 우물을 계속 파셨을까?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