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적자생존

250117

by SH

군 생활을 마무리했던 2015년 12월의 이야기다. 병장병에 걸렸던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지만 쉬운 것조차 누군가에게 시켰던 시기였다. 그런 나에게 전역 다음 날 아버지께서 출근을 하며 나에게 아래와 같이 부탁했다.


"오늘까지 구두 좀 닦아놔"


병장병 말기인 나는 당연히 까먹었다. 퇴근 후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화를 내셨다. 아버지께서는 왜 구두를 닦아 놓지 않았냐고 꾸중을 하셨던 것이다. 예상치 못했다.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왜 저런 걸로 화내지?라고 오히려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누군가가 부탁하면 항상 어딘가 적어놔야 한다. 아빠도 기억력이 좋지 못해 포스트잇에 적은 후 모니터에 붙여놔"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 가르침이다. 시의적절했으며 생각해 보면 현명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군 생활을 끝냈기에 이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였으며, 사회에 나가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당시 병장병이 걸린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셨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부탁이 쉬울수록 그리고 간단할수록 기억하기 쉽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잊어먹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방이 보기에는 쉬운 부탁 하나 조차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최근에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뒤늦게 떠올려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떠올려봤다.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뒤늦게 처리할 수 있으나 꼭 적어두는 습관을 다시 한번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아무쪼록, 돌이켜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주신 것 같다.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중요할 것이기에 다시 한번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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