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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서울 생활의 초반부를 생각하면 매사 힘을 주며 살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완급조절의 요령이 없었다. 매번 힘을 주면 한정된 에너지는 곧 고갈되기 마련이기에 항상 힘이 빠지는 시기가 왔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 나를 비우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2014년 당시 주변에서 많이들 가지 않았던 유럽을 한 달 넘게 다녀왔다. 그리고 방학 때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곤 했으며, 대학원 입학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다녀오는 등 약 30개국 50개 이상의 도시를 혼자 돌아다녔다. 나 스스로를 당기는 시간과 미는 시간을 교대로 주었던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강박에 사로 잡혔던 소위 말하는 스펙을 위한 지식과 활동은 내려놓고 나 그리고 만나는 도시, 사람, 음식에 집중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무엇이 좋았을까? 나는 자신 있게 평소 힘듦과 스트레스를 그곳에 두고 왔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을 하며 만난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주는 힘이 있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친하지 않기에,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기에 편견 없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속 이야기를 하게 되며 반대로 상대방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모두가 홀가분해지는 느낌을 함께 받았던 신기한 경험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비우고 오니 새롭게 시작할 에너지와 공간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통해 비울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 수 없기에 평소 완급조절 요령을 배워나가고 있다. 또한, 점점 갈수록 대화가 재밌는 사람들과만 만남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결국 잠시 힘을 빼고 나를 비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갑자기 말 많은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아무쪼록, 채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우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