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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반스토니언 Aug 16. 2024

미국사람이 투고to go를 하면 한국이 더워진다

미국생활의 불편한 진실

처음 미국에 가서 놀란 것이 있다. 바베큐 파티였는데, 파티가 끝나자 테이블 위에 있던 모든 것들, 음식물까지 싸악 쓸어 하나의 시커먼 쓰레기봉투에 다 집어넣는 것이었다. 일회용인데 잔잔한 무늬를 새긴 버리기 아까운 플라스틱 접시부터, 컵은 플라스틱이다 못해 스티로폼 컵도 적지 않다. 남은 음식은 가져가라면서 그냥 비닐봉투도 아니고 지퍼락 백을 잔뜩 쌓아놓고 사람들은 한 번 쓰고 말 그 백에 음식을 가지가지 싸가지고 간다. 나는 그 지퍼달린 지퍼백은 미국 살이하면서 절대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여 집에 가져오게 되면, 씻어서 구멍날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썼다. 지금도 그게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내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일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건 다른 경로로도 얼마든지 들어온다. 


음식점에서는 남은 음식 좀 싸려고 한다 그러면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다 준다. 우리는 그게 싫어서 무슨 파티에 가거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남겨올 거 같다 싶으면, 집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가지고 가서 담아왔다.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눈길을 한 번씩 주기도 했다. 이건 뭐 그렇게 어려운 실천도 아닌 것을. 


음식물 쓰레기를 전부 싱크대 하수구에 밀어넣어 버리는 기계를 애틀랜타에서 처음 보고 생소해했던 기억이 난다. 편하다고 우리나라에서도 그걸 찾아서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음식물 쓰레기를 처분하는 최악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물도 오염되고 토양도 오염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미생물 분쇄형도 있고 건조해서 갈아버리는 유형도 있다. 이런 걸 쓰면 음식물 쓰레기가 1/10로 줄어들고 폐수도 나오지 않는다. 미국 주택단지에도 대형이나 소형으로 설치해서 쓰면 될 일인데 왜 안할까. 아마 미국 사람들에게는 처리기에 씨앗, 갑각류 껍질, 생선 가시 등은 넣으면 안된다, 일일이 분리해서 버리라,는 규칙이 지키기에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식 생활방식,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인 중산층 교외 2층 주택에 최소 차 2대, 이런 식으로 사는 삶은 지구에서 가장 호사스럽게 사는 방식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많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삶의 방식이다. 어느 미국 영화에 보니 주인공이 ‘우리 부모님은 둘 다 교수인데 환경주의자라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고보면 자주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점만 빼면, 한국식 아파트는 어쩌면 기후위기 시대에 합리적인 주거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 


미국은 집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것은 미국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가 저렴한 건축자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축주들이 좋아하는 통유리 건물과 같은 논리다. 둘다 단열에는 최악이다. 그 큰집을 방방이 에어컨도 아니고 통째로 냉난방을 한다. 안쓰더라도 켜놔야한다. 안 그러면 나무집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미국집에는 ‘창문 열어 환기나 온도조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냥 공조기를 계속 켜놓으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 ‘기능성 옷’이라는 개념도 잘 없다. 어차피 차에서 건물로만 옮겨 다니니 굳이 그런걸 개발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더욱 공조기를 돌릴 시간만 많아진다. 실내냉난방이 과도해서 여름에 장보려면 너무 추워서 걸칠것을 가지고 다녀야할 정도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라도 단열이 잘 되는  건축물을 많이 짓도록 해야 한다. 요즘 미국 부잣집 중에는 heated floor, 즉 온돌을 까는 집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난방방식을 받아들인 것처럼, 한옥처럼 채광과 통풍을 잘 활용하는 집 짓기 방식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면서 교외 주택단지를 많이 만들어야 했다. 그 시절은 또한 냉전의 시절이기도 했다. 내가 본 어떤 다큐에서는 말하기를, '집을 가질수록 빨갱이들이 설칠 수가 없게 된다. 집 관리하느라 시간이 다 갈 것이다,’라고 했다. 집이 클수록 이것 저것 사다 넣어야할 목록이 끝이 없다. 게다가 주방 식료품 보관창고pantry는 어찌나 큰지. 미국 사람들은 창고형 대형할인점인 코*코를 애용하는데, 거기에서 파는 큰 두통들이 마요네즈 같은 게 도매용이 아니라 가정용으로 팔린다. 많이 사서 많이 쟁여놓고 더 많이 먹는다. 한국의 대리점의 ‘밀어내기’식이 생각날 정도다. 기업에서 많이 생산해서 소비자들에게 많이 쓰도록 밀어내는 식이다. 


미국의 1인분 양은 계속해서 커져왔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분명 2인분 양인데 1인분이라고 하니, 그걸 머릿수대로 사먹고 남은 것은 버리든지 '투고to go'하겠다고 해서 집에 싸오든지 하게 된다. 이것도 음식 밀어내기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일년은 소비주의 달력으로 운영된다. 여름은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바베큐, 야외가구, 물놀이, 캠핑용품을, ‘백투스쿨 Back to School’ 기간에는 학용품이며 1인용 가구들을 할인해서 판다. 이미 8월부터 할로윈용품이 좌르륵 깔린다. 사탕이 어마무시하게 팔리는 할로윈이 끝나면 추수감사절 칠면조, 낙엽색 집안 장식을 판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뭐라도 안사면 내가 비정상으로 느껴진다. 필요없더라도 사놓게 된다. 그리고 선물을 가족 한명 한명에게 준비하며 크리스마스 나무 밑에 쌓아놓는 성탄절 시즌, 그리고 또 신년파티 시즌, 부활절 토끼 장식을 파는 봄맞이 시즌, 하여간 때마다 철마다 아울렛 같은 데서도 물건을 막 할인해서 팔기 때문에 당장 필요없더라도 물건이 너무 싸서 그냥 사놓기가 쉽다.


한마디로 미국인들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사고 너무 많이 버린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버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물건값이 저렴해지지만, 그만큼 조삼모사 격으로 환경정화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쓰레기를 미국에 버리지도 않고 후진국에 수출하게 되면 눈덩이처럼 처리비용이 증가한다. 가장 큰 비용은 지금 모두가 겪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 재앙들이다. 지금 덜 사서 덜 쓰고, 분리수거를 해서 버린다면 갑작스런 엄청난 우박으로 집 지붕을 망쳐 써야하는 비용 같은 건 덜해지거나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에 지구 환경의 운명이 걸려 있다. 


미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의무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잘 살고 풍족한 나라에서 사는 데 대한 의무. 내가 다녔던 미국의 진보교단 미국성공회는 전국총회를 통해 교단재단의 돈을 화석연료 기업이나 부도덕한 기업에 투자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총기규제든 뭐든 작심만 하면 방법이 있다. 미국의 도시계획은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로 일부러 대중교통을 잘 발달시키지 않는 편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시카고는 대중교통을 잘 정비하고 도심일수록 주차비를 엄청나게 올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지역에서는 되도록 차를 사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뭐든 고민하면 방법이 다 있다.

 

아무리 한국 사람들 커피사랑으로 커피컵이 수도 없이 버려지고 배달쓰레기가 한가득 나온데도, 미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에 못 미친다. (포브스 기사에 의하면, 미국은 세계1위로 1인당 연간 108킬로그램 vs. 한국 88이다. 그러나, 한국도 상위권에 오른만큼 어쨌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줄여야할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 재활용률에서 한국은 56%의 재활용률로 세계 1위인 반면 미국은 불과 23% 밖에 재활용하지 않는다. (2020년 OECD자료) 나 하나 변한다고 뭐가 달라져 할 게 아니라, 나부터라고 생각하면 안될까. 자녀를 사랑한다면 지구도 사랑해야하는 시대다. 


아시아인이 절약하며 산다는 것은 잘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다. 한번쓰고 버리는 게 아까워 주방 서랍 가득 비닐봉투를 착착 개어 정리해놓거나, 쇼핑백을 재활용하는 게 몸에 배어 있지 않은가.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는가.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풍족하게 사는 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지 않은가. 그건 다른 나라가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한인교회는 교회내 벽면 하나에 교인들 이름을 쓴 머그컵을 달아놓고 일회용 컵 안쓰기 운동을 하고 있다. 컵 씻으라고 싱크대도 갖추어 뒀다. 한국에서는 플라스틱도 씻쳐 버리고 비닐 라벨은 떼고, 박스 테이프는 뜯어서 버리지 않는가. 오랜만에 한국 돌아와 아파트며 공원이며 분리수거 하는 것을 보고 너무 감탄해서 사진까지 찍어논 적이 있다. 미국 사람들 보여주려고 말이다. 


미국은 땅이 넓으니깐 제 땅에다 몽땅 파묻든 뭐든 자기들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 쓰레기는 남미와 아시아에 수출해 버릴 뿐 아니라, 전세계에 주둔하는 미군들은 밖에 나가 미국식으로 살며 주둔지 땅에 다 매립해서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실, 미국 땅은 미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아마존이 브라질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이 아니듯이 말이다.


모든 서구 선진국이 미국처럼 살진 않는다. 미국사람들은 여권가진 사람도 많지 않지만, 유럽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면 좁고 불편한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사람들은 에어컨을 사치품이라 여겨 잘 쓰지 않는다. 분리수거는 한국보다 더 열성적으로 하는 독일 사람들도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배워야할 것이 많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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