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반스토니언 Sep 27. 2024

미국에서 중고거래앱에 홀랑 빠진 이야기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

한국에는 당*이라는 앱이 있다면, 미국에는 넥스트도*라는 중고거래 앱이 있다. 한창 이사를 다닐 때, 그 다음 이사를 예상하지 못하고 집을 꾸미던 때가 있었다. 그때 물건을 사들이려고 시카고를 엄청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박사 시험 실패 후, 나가버린 정신을 수습하려고 뭐라도 열심히 해서 잊으려고 했던, 무의식 중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한창 코로나 시기에 집콕하게 되면서, 한국 사람들도 인테리어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듯이, 나도 아마 그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특히, 경제봉쇄까지 되면서, 집밖에 어디 나가 앉아있을 데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하루 종일 앉아있는 집안을 어떻게든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중고거래를 하면 어쨌든 사람과 앱으로 대화하고 직접 만나게 된다. 그런 짧은 순간들조차 소중할 정도로 사람과 왕래가 끊긴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이 반가워서라도 재미나게 중고거래를 했었다. 


미국 사람들은 집이 큰 만큼 물건을 자주 사들이고 쉽게 바꾸곤 해서,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스타일의 인테리어 물건은 많았다. 이제는 노인이 되어 노인 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는 세대가 가구를 정리하면서 나온 것들이었다. 가끔 물건을 사러 가면, 아시아인 남자가 그런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아래의 캡처 사진들은 그간 내가 중고거래를 하면서 신기하게 여겨 기록으로 남겨둔 것들이다. 




오래된 중고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 올라온 중고 RV(recreational vehicle: 여가용 차)가 1억 가까이 한다. 크기를 보라. 한국의 1톤 포터 트럭을 개조한 여가용 차를 떠올려 보자. 그냥 전세버스 한 대가 캠핑용 카라반이 된 것이다. 우리가 그 불운의 첫 캠핑을 할 때, 주변은 사실 거의 대부분이 저런 대형 캠핑용 차들이었다. 심지어 저렇게 큰 버스가 양옆으로 구조물이 튀어나오며 확장되는 것도 보았다. 그러면 집 못지 않게 커진다. 가격이 이해가 간다. 실제로 집을 삼는 경우도 있다. 트레일러 파크는 컨테이너 만한 여가용 차들을 영구 정박해 놓은 주거단지다. 미국에서 망하면 모텔가서 살기도 하지만, 트레일러 파크에서 살기도 한다. 



사연이 안타깝다. 전형적인 클래식한 스타일의 식탁의자세트다. 심지어 이것은 '공짜'다. 한국 당*에는 공짜가 드물다면, 미국에는 저렇게 괜찮은 물건을 공짜로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 이 세트는 본래 노부부의 집에 있던 것인데, 나이가 들어 노인주거지로 옮기면서, 공간이 없어 내놓는다는 이야기다. 미국 요양원, 노인아파트도 가본 적이 있는데, 노인아파트는 매우 작은 주방딸린 스투디오(원룸)거나 돈을 좀 더 내면 타운하우스식으로 연결해 붙인 단층 집에서 살 수도 있다. 


또다른 공짜로 내놓은 물건 중에, 잘 생긴 검은색 샹들리에가 있었다. '가만 있어봐, 길이가 56인치라고...' 줄자를 천장에서부터 내려뜨려보니 그냥 천장에서 식탁 바로 위까지 길이였다. 우리같이 작은 아파트 식당에 둘 게 아니라, 천장높이가 몇 미터는 되는 커다란 대저택에서 내놓은 물건이었다. 




이것 역시 공짜 매물. 그런데 '놀이터 세트'란다. 보통 집에 아이가 있는 집들은 뒷마당에 이런 놀이터를 두곤 한다. 놀이터부터가 '프라이빗'한 진정 개인주의의 나라 아닌가?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이런 놀이터 수요는 폭발했다. 시카고 단독주택에 사는 내 친구는 하루 나갔다 오더니, 어디서 정글짐을 중고로 사가지고 왔다. 지하에 설치하는 걸 도와준 적이 있다. 미국 사람들 살림 규모는 늘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싶다. 



역시! 역시! 시카고다. '뒷마당에 수영장 있는 집'이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면, 그게 북쪽 동네에는 '뒷마당에 아이스링크 딸린 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장차 미국 국가대표 선수도 되고 그런 것 아닐까? 



단돈(?) 오륙백만원에 '개인 영화관' 평생소장! 여러분은 공간이 있다면 살 것인가? 영화 마니아라면 살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가 할리우드 스타의 저택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 늘 회자되는 '지하에 영화관 있는 집'이 바로 저런 것이다. 생각보다 안 비싸네(?). 물론 분해해서 들고가는 것은 다 개인몫이다. 미국 사람이면 아마 유하*이라는 이사트럭 대여 전문 업체 가서 척척척 견적내고 차 빌려서 아들들이랑 함께 옮겨다 놓을 수도 있다. 



이건 좀 슬픈 사례다. 이혼률이 높은 미국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요지는, 친구가 안 좋게 이혼하게 되었는데 키우던 개를 더는 못 키우겠으니 누구든 입양해가라는 말이다. 심지어 개가 다른 친구들이나 아이들과 잘 못 어울린다고 성격까지 솔직하게 써놨다. 개의 슬픈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 게시물이었다.



이건 중고거래는 아니지만, 너무 황당해서 올려본다. 미국 코스트*는 한국보다 훨씬 상품이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서 믿고 사게 된다. 주유도 싸서 주말이면 주유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처방약도 '프라이스 매치'(최저가 보장)를 한다. 우리 어머니가 '세상에 싸고도 좋은 건 없어' 그러셨는데 코스트*엔 있더라. 그래, 기름도 약도 코스트*가 싸고도 좋구나.. 집 전체 냉난방공조기? 그래, 팔 수도 있지, 개인용 제트 비행기 10회권? 그래, 그것도 팔 수도 있지, 관...? 관이라고??? 미국에 오래 산 사람도 잘 모르는 코스트* 관! 이것도 싸고도 좋을까?



흥미로운 광고였다. 내용인즉슨, 자신과 함께 하던 오랜 선원 친구가 죽어서, 자신이 모튼 그로브에서 래신까지 가는 한 시간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아마추어 성인 혹은 십대 선원을 구한다는 글이다. 요트를 그에 맞게 준비하고 물에 띄우는 것을 도와 달란다. 대신 자신이 '항해 스포츠'의 세계로 입문시켜 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시간 호수 정도를 오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난바다를 항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어느 재난물 영화를 보니, 노부부의 요트 여행길에 어디까지 배를 운전해다주면 사례하겠다는 '공짜 요트 여행'제안이 나온다. 이야~ 미국 사람들은 노는 물 자체가 달라. 


여담이지만, 한국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이었던 강경화 장관 남편이 은퇴한 대학 교수인데, 국정감사 같은 데서 증인으로 불렀던 모양이다. 남편이 요트 타러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부정한 돈으로 호화사치 생활을 하는 게 아니냐고 몰고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장관이 '남편이 평생 소원 성취하러 가는데 도저히 말릴 재간이 없었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일화가 있다. 아마 그분도 그런 요트항해의 로망이 있었던 모양이다. 


미국 사람들은 해양레저하면 바나나보트 타는 수준이 아니듯, 하늘에서도 다를 바가 없어서,  경비행기를 사두고 레저용으로 비행기를 모는 경우도 흔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 비행기 때문에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는 대형 여객기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몰다가 몰다가 고속도로에 추락해서 사망한 경우도 지역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 




이렇게 미국 사람들은 단독주택의 주거스타일대로 살면서 집 안팎에 들여놓을 물건도 많고, 밖에 나가면 야외활동의 규모가 정말로 자연과 독대하는 수준으로까지 발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물가가 있으면 무조건 누군가 카누 카약이든 선실딸린 정식 요트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보트런칭 장소가 늘 만들어져 있다. 한 번은 우리도 그런 호숫가로 놀러간 적이 있는데, 작은 요트를 다시 차 트레일러 위로 올리려는 백인 아저씨가 있었다. 아이딸린 무리인 우리를 한 번 힐끔보더니, 매우 자랑스럽게 손에 리모컨을 이용해 배를 좌우전후로 움직여 물가로 오게하는 것이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는 조향장치란다. 새로 사서 설치한 모양이었다. 우린 떡 벌어진 턱을 겸손히 모아 올려야 했다. 


미국 사람들은 강이나 호수가 있으면 카약이나 카누를 타고, 바다가 있으면 돛단배로 대양에 나가고, 산이 있으면 갓난쟁이 젖먹이 아이를 들쳐업고서라도 키우는 개와 함께 등반에 나서며, 숲이 있으면 그게 뒷마당이면 나무위에 나무집을 짓고 논다. '자연과 홀로 싸우는 개인'이라는 이미지는 '미국식 남성성'의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해서 어떻게든 놀이터 삼아 노는 그들의 심성은 대자연 앞에 소원을 비는 작은 탑을 쌓아올리고 고목에 천을 걸어 복을 비는 우리네 심성과는 영 딴판이다. 확실히 '개척자 정신'이란 게 있기는 한가보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다가 자연 속에서 숨지게 되는 일도, 그다지 슬픈 일로 여기지 않고, '해류를 사랑했던 프리다이버 아무개, 그렇게 원하던 바닷속으로 사라지다'는 식으로 여기는 그들의 심성이 궁금하다. 


중고거래를 하면서 엿본 미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 우리네와는 규모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완연히 다르구나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사진- Pixabay, 개인 화면 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