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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반스토니언 Aug 23. 2024

뭐든 몰려살지 말아야 해

미국 살이의 좋은 점들

미국에 살면 좋은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눌러앉게 되는 이유로 ‘자녀교육’을 든다. 한국처럼 어려서부터 사교육 뺑뺑이를 안 돌려도 되고, 아이들이 공부에 치여 오로지 ‘공부 잘 하는 거 하나’만 매달려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미국은 공교육에서 학습량이 한국처럼 많지 않다. 그러니 아이들이 방과 후에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 있다. 아이들이 경쟁적이지 않아도 되니 절로 인성교육이 된다. 


학교에서 집중하는 부분도 ‘미국 시민으로서 올바른 덕목 갖추기- 거짓말 하지 않기, 주저하지 않고 남을 돕기, 질서 존중하기’ 등이다. 어려서부터 온갖 경쟁에 시달려 애들이 영악해지는 한국과는 다르다. 오죽하면 방학때 한국에 들어간 한인 아이가 한국서 동년배 사촌들이랑 노는데 한국애들에 치여 기도 못 편다는 소리가 나올까. 한인교회 중고등부 담당할 때 그 아이들을 보면서 참 착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평화로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생긴 건 분명 한국인인데 한국인 같지 않다는 이질감이 들어 신기했다. 한국의 우리 아이들도 경쟁과 과도한 학습이 아니라면, 이렇게 밝고 맑고 총명했을텐데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임대아파트 애들 차별, 개근거지, 장래꿈이 건물주, 그런 이야기는 안할 테니 말이다. 아이가 아이로 살 수 있는 나라인 것이 가장 부러웠다. 


미국은 학벌주의가 없다.(지도층으로 가면 있다) 초중고졸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사람을 본다. 편견을 매우 싫어하는 자유의 나라다. 가장 좋은 점은 대학 교수와 핸디맨(Handyman: 집 수리공), 건설노동자 월급을 비교하면, 후자가 더 많을 때가 많은 나라다. 땀 흘려 일하는 것, 실제로 몸이 힘든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회다. 경찰이 외제차를 탄 대학 교수나 허름한 픽업트럭을 탄 수리공이나 똑같이 대우하는 나라다. 모두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회다.


아마 한국과 미국 사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된 일일텐데, 공기질을 들 수 있겠다. 내 취미 중 하나가 자주 공기질지수(Air Quality Index)를 도시별로 체크해 보는 것이다. 보통 서울의 공기질은 공기가 좋아도 50, 보통은 60~70을 오간다. 그러다가 황사나 미세먼지가 일어나면 금세 100을 넘겨 140까지도 올라간다. 그런 날은 베이징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을 때도 있다. 우리집은 농도가 100을 넘어가면 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 가다 한 번씩, 비오고 나서 가시거리가 잘 나올 거 같은 날이 30정도다. 미국 대도시들이 연중 30~40 내외다. 뉴욕같은 대도시도 지금 26이 나오고 있다. 밤하늘에 별 숫자가 다르다. 그래도 요즘은 정부가 전기차나 전기버스 도입, 매연배출규제 등을 통해서 한창 공기질이 안 좋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생각보다 밤하늘에 별자리를 꽤 찾아볼 수 있는 날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밤하늘이 천문관 같을 때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전북 무주에나 가야 볼 수 있다는 반딧불이 같은 곤충도 시카고든 애틀랜타든 저녁이 되면 항상 보이던 것이어서, 공기질 차이가 확실히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 차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밖에 나갈 때 항상 선글래스를 써야만 한다. 없으면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이건 단점이겠지만 살도 잘 탄다. 같은 연령대라도, 한국의 4050대와 미국의 4050대는 피부결에서 차이가 난다. 햇볕에 심하게 노출되는 미국 교포가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다. 어떤 어르신은 보니 왼팔만 시커멓고 쪼글쪼글해졌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일주일에 한 번씩 8시간 장시간 운전을 하신단다. 


이건 확실히 장점인데, 덜 씻어도 되고 덜 청소해도 되고 비염도 낫고 감기는 거의 안 걸린다. 청신한 날씨에는 한 3일 안씻어도 머리가 심하게 떡지질 않는다. 그만큼 공기중에 먼지가 덜하다는 말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미국 집 거실에 피아노나 가구 위에 가족사진 액자를 열댓개씩 늘어놓은 걸 볼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저거 청소 어떻게 할려고’ 이 생각이 바로 들겠으나, 살아보니 먼지가 별로 안 쌓인다. 나는 비염도 있고 감기도 환절기마다 한 번씩 심하게 걸렸는데, 미국 사는 8년간 감기 걸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 오니 바로 감기 시작. 


미국은 야외활동의 천국이다. 답답한 집안이나 건물 안에만 있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 대자연이 널려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활동이 다 가능하다. 강이 흐르면 카약을 타면 되고, 호수나 바다가 있으면 요트를 타면 된다. 동네에 숲이 있다면 근처 승마장에서 승마를 배워서 오솔길 승마 트레일도 가능하다. 유명한 뉴욕의 센트럴파크에도 보면 말 타는 사람들이 다닌다. 미국은 승마를 꼭 돈 있는 사람만 하지 않고 실제 목축업 등에서 쓰이는 기술이라 한국보다는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는 관광지에나 가야 있는 짚라인(줄을 나무들에 걸어 줄타는 스포츠)도 동네 공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평일 오후에 집 근처 캔들러 레이크 공원을 산책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데,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나와서 낚시를 가르쳐 준다. 아빠와 아들이 둘이 서서 석양이 일렁이는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운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워 보이던지.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아빠 휴가내서 나왔나보다 할텐데, 미국에서는 오후 3시부터 퇴근 러시아워가 시작되니, 퇴근한 아빠의 일상인 것이다. 


나는 미국 사람들의 유머가 그립다. 미국 사람들은 쓸데없이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한 것을 끔찍이 싫어하고 위선적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ice braeking) 농담을 던진다. 예컨대, 슈퍼에서 계산하려고 긴 줄에 서 있다보면 그 어색하고 지루한 상황에서 옆에 선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뭘 사는지 힐끔 보게 되는 식으로 해서, 말꼬가 트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이 종종 흉허물 없이 백악관 청소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먹인사를 나누거나, 연설 중에 농담을 해서 모두가 웃거나 하는 경우를 보면 너무나 부럽다. 그들은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할 때는 엄격하다가도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그저 옆집 아저씨 같이 소탈한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유머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여겨진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귀찮고 답답하게 여기는 일은 비행기 타는 일이다. 그 좁은 좌석에 그 큰 몸을 밀어넣고 옆사람과 팔을 부대끼며 몇 시간을 가야하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일까. 그래서 공항에는 항상 여행의 즐거움과 설렘보다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널린 게 보인다. 내가 시카고에서 뉴욕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이미 연착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승무원이 항공정보 안내방송을 한다. ‘여러분을 모시고갈 아무개 편, 시카고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입니다. 모두 하와이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실 준비가 되셨길 바랍니다.’ 엥? 가슴이 철렁했다. ‘하와인줄 아셨죠? 그러면 얼마나 좋게요~ 아하하하’ 모두가 웃었다. 웃음이 미덕인 사회였다. 


전반적으로 미국은 스트레스가 덜하고 여유있는 사회다. 계산대에서 뒷사람이 기다려도 오히려 뒷사람이 ‘천천히 해요, 천천히’라고 말려주는 나라다. 또한 그렇게 행동함으로서 자신의 자유도 지켜지고 여유와 안전도 보장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시민의식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여유는 무슨 돈 들여서 사오거나 만들어서 팔아야할 게 아니다. 당장, 우리부터 실천하면 되는 일이고 사회 캠페인 몇 번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빠르게 적응하고 변해가니깐, 그런 여유로운 삶도 머지 않아 오리라 기대가 된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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