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다 보면 가끔 미치도록 억울할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저번 주 기말고사가 모두 끝나고 우리 반은 반에서 가채점을 하고 있었다. 반장이 불러주는 번호 하나하나에 각자의 운명이 뒤밖이는 그 상황에서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들어오셨다. 그리곤 내게 오시더니
“주아야, 지금 생지부*로 내려가 있어”
라고 하셨다.
(생지부: 생활지원부의 약자로 학교폭력, 술, 담배, 복장 등이 불량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무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선생님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시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네?’,‘지금요?’ 이 말을 10번은 한 것 같다. 생지부에는 나뿐만 아니라 내 같은 반 친구 한 명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교무실로 친구와 내려가며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생지부로 내려가니 선생님과 책상에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의자에 앉자마자
“얘들아 선생님 믿지?”
라고 하시더니 손에서 쪽지 한 장과, 정체불명의 약이 여러 알 들어있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꺼내어 우리 앞에 내려놓으셨다. 그리곤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우리 반에 있는 장애인 친구 a에 관한 이야기였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요약하자면
누군가가 어제 a 가방에 약과 쪽지를 넣어놨다고 하셨다. 그 쪽지에는 빨간 글씨로 a에게 죽으라며 저주하고, 왕따라고 하는 등 a의 욕을 하는 심한 말들이 적혀 있었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어제는 a의 부모님께 전화도 오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하셨다. 우리는 절대 저희가 한 짓이 아니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하였지만 선생님은 정말 아니냐고 수차례 물으시며 지금 말하면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나중엔 학교폭력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경찰서에서 필체검사 하면 누군지 다 나온다고 하시며 나와 친구에게 계속하며 추궁하는 듯한 말투로 물아보셨다. 선생님이 꼭 우리를 범인으로 찍어놓고 자백을 받아내려는 형사같이 보였다.
선생님은 우리를 교실로 돌려보내신 다음 또 다른 친구를 불러내서 우리와 똑같이 물어보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불려 간 셋의 공통점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a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불려 간 내 친구는 친구의 공책이 a의 책상 서랍에서 나와서, 나는 내가 잃어버렸던 필기구가 a의 필통에서 나와서, 또 다른 친구도 친구의 물건이 a의 가방 속에서 나와서 모두 a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생각하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가 a에게 해코지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를 불러서 추궁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a에게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았고, 우릴 범인으로 몰아넣는 선생님께 속상하고 억울하고 서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우리 셋은 기말이 끝났음에도 찝찝한 기분으로 학교를 나와야 했다.
나는 선생님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기 전에 우리 반 전체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누군가가 한 사람만 특정하여 범죄자 다루듯 꼬치꼬치 캐물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또 당황스럽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같이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진범이 밝혀지면 선생님께 사과받고 싶다는 결론을 내었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사과를 받고 싶긴 하나, 별것도 아닌 일로 사과받았다가 괜히 쪼잔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나는 사건이 최대한 좋게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