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는 길

- 똥손엄마와 금손 딸의 공생기 -

by 비밀의 화원

우리 딸의 별명은 '똑순이', '까칠이', '버럭이'다.

이제 8살이 된 딸은

17개월부터 내가 입혀주는 옷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계절을 가리지 않았다.

한여름에도 겨울부츠를...

한 겨울에도 한여름 원피스를...

계절을 거슬러 오직 본인 취향만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터라...

만3세부터는

옷가게에서 직접 옷의 소재를 만져보고

디자인을 검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ㅠㅠ

하지만, 이렇게 고른 옷도 두 번만 입고나면...

"입을 옷이 없어!"라는 말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오빠에게도 절대 지는 법이 없다.

티비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도 단 1초의 양보가 없다.

그건 부모인 나에게도 마찬가지.

내가 무심코

"OO아~ 티비 리모컨 좀 여기 가져와~!"했더니

"내가 왜 그걸 엄마에게 가져다 줘야 하는데?"라는

답이 돌아온다.

"OO아~ 엄마가 티비 리모컨이 멀리 있어서 그러는데

엄마한테 좀 가져다 줄래?"라고 '부탁'을 하자,

그제서야

"그래, 그럼 내가 엄마 부탁들어줄게."라며

순순히 가져다준다.(고고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남들은 다들 딸을 쉽게 키우는 것 같았는데,

내 딸은 도무지 말 한마디, 옷 한 벌, 물건 하나, 음식 하나...

한 번에 통과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덕에 내가 일을 하는 동안

우리 집에 오신 도우미 이모님께는

늘 일하시는 시간대비 풍족한 인건비로

보답해드려야 했기에

(그렇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그만두실 기세...ㅠㅠ)

내 월급은 늘 금방 바닥이 나곤했다.


그런데, 그 유별난 성격과 까칠함이 때로는

예술가적 기질로 승화되곤 한다.

8살인 딸은 미술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기도, 만들기도 한 번 시작하면

본인이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온갖 짜증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종이를 던져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본인이 원하는 작품이 탄생하고 나면

누구보다 착한 천사가 된다.

딸아이가 혼자 그린 수채화, 그리고 캔버스화
강아지의 눈, 코, 입 그리고 직접 그리고 오리고 붙여서 학교에서 칭찬받은 그림


없는 것 빼고 다 있는...나중에 본인이 살고 싶은 집, 혼자 그린 아보카도 정물화, '지구가 아파요'를 주제로 직접 만든 말랑이
인형을 뜯어 빼낸 솜으로 만든 무지개 하늘과 구름, 휴지를 물감에 섞어 표현한 '새벽', '지구가 아파요' 말랑이의 옆면

이런 딸아이를 키우며 드는 생각은

'너는 참 나와 다르구나.'하는 것이다.

나는 어린시절

어른들에게 매우 순종적인 아이였고

부모님께 말대꾸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똥손'이다.

그런데 내 뱃속을 타고 나온

내 딸은 손 대는 것마다

'금손'이다.


그렇게... 성격도, 재주도

나와는 180도 다른 딸을 키우며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정신세계를

어찌 감당해야 할 지 몰라

속 썩히기를 8년이다.


그런데, 아이의 작품을 모아놓고 보니

아이가 나와 얼마나 다른 생명체인지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도저히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내 아이가 해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

내가 엄마이기에,

네가 나와 같거나

적어도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

그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오늘도 딸의 까칠함에

'욱'함이 치솟는 순간도 있지만,

그것이 너를 나에게 맞추려는

생각 때문임을 자각하며...

'그럴 수 있어.'

명상을 핑계삼은 한숨의 세계로 도망쳐본다.


우린 분명 다르다.

하지만 나와 다른 너.

어디서도 할 말은 참지 않는 너.

하고 싶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너.

일단 까칠하고 보는 너.

그런 너라서.

이젠 네가 매력적이다.


엄마와 딸.

누구보다 가깝지만

누구보다 서로 다른 우리 모녀.

너를 이해하기까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나와 다른 너를 알아갈수록

더욱 더 사랑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할 듯 싶구나.

(다만, 한 가지 소망은

다가올 사춘기는 지금까지의 성장기로

대체해주었으면 하는 것....ㅠㅠ)


딸아, 앞으로도 너의 모습 그대로

너의 세상을 펼쳐가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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