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한 달 :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하는 기간 -
초등1학년, 초등 3학년 둘의 동시 방학이 시작된 지 이틀.
밥 세끼와 간식 세끼를 챙겨주는 것도 바쁜데,
밥상을 차릴 때마다 계속되는 아이들의 투정과 편식에
겨우 이틀만에 인내심에 바닥이 났다.
여기 저기 벗어놓는 옷들과 아무렇지 않게 뿌려놓은 쓰레기들에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결국, 저녁 밥상 앞에서 내 인격은 바닥을 드러내고야 만다.
"제발 좀, 엄마 좀 그만 힘들게 해!!"
하고는 나도 모르게 정말 못생긴 얼굴로 엉엉 울고야 말았다.
어리둥절한 아이들은 눈만 멀뚱멀뚱....
일부러 아이들을 쳐다도 보지 않고
혼자 싱크대에서 괜시리 달그락 소리만 높인 채 설거지에 열중하고 있는데
둘째가 편지를 가져온다.
'보나마나 또 엄마 사랑한다고 썼겠지. 그래놓고 또 나를 힘들게 하겠지.'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은 아이의 편지조차 그 의도를 쉽사리 의심하게 만든다.
한참만에 그 편지를 받아들었는데,
머리끈 다섯 개가 붙어있다
편지를 읽는데 화를 낸 내 자신이 더욱 밉기도 하고,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이 머리끈을 골랐을 딸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맘도 들고,
마지막 남은 스티커를 나를 위해 써 준 아이의 마음이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와 싸우는 딸아이가 솔직히 밉기도 하고...
너무나 여러가지 감정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울다말고 딸이 사 준 머리끈을 다시 묶어본다.
그래도 주체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달래려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달렸다.
아이와 다투는 날은 머릿 속도 마음 속도 뒤죽박죽이다.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안고 들어왔는데,
딸은 애교로 내 맘을 녹여보려 애를 쓴다.
하아, 그래. 난 엄마였지. 어른이었지.
얼마 전에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 준 편지지를 꺼내들어본다.
그리고 딸이 만들어 준 편지지에 딸에게 화해의 편지를 써 본다.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방학인데,
나도 일할 때는 그토록 기다리던 방학인데,
아....휴직 중 초등 둘의 방학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육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집안일도 두 배 이상,
정신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심신의 수련도 두 배 이상.
그릇이 비좁은 내게는 극기 훈련이 따로 없다.
후아....심호흡 세 번 하고....
오늘은 부디...아이들과 다투지 말자...
기도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