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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의 화원 Sep 19. 2022

휴직생활 호강기< 1 >

-둘 낳은 보람-

지난 번 여행 출발 전날 아들의 코로나확진 후

온가족이 코로나를 앓고 맘편히 취소되었던 여행을 왔다.


오늘은 세부 리조트의 수영장이다.

교사생활 하면서 이런 비수기에 유명 리조트를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호강이다.

나의 휴직과 더불어 남편도 5년마다 주어지는 리프레시  휴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첫날이었던 어제 아이들은 하루종일 메인풀과 유수풀, 슬라이드를 오가며 밤수영까지 즐겼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하루.

나도 아이들과 슬라이드를 타며

"I'm happy!!"를 외쳐봤다.


출발 전엔 남편과 함께

필리핀에 오면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본다는

시터를 고용하고 자유시간을 즐겨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매일 그렇게 싸우던 아이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잠수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같이 수영도 하면서

동생이 안 보이면 오빠가 리조트 안을 뛰어다니며

찾아오기도 한다.

그동안 나의 휴직기간과 남편의 휴가가 맞물릴 때

갔었던 괌이나 사이판에서는

아이 둘을 앞에 안고 뒤에 매고...

(아이들은 왜 엄마만 찾는지...ㅜㅜ)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면서

여길 왜 왔을까를 생각하며 후회하기도 했지만,

(물론 아이들은 행복해했다.)


8살,10살  초딩이 된 아이들은 이제 더이상

시터가 필요없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풀바에서 시켜먹어본 하와이안 피자. 맛있었다.


그동안 둘을 낳고

첫째는 빼앗긴 애정을 갈구하며 힘들어하고

둘째는 오빠를 끝없이 질투하며 경쟁하느라,

평화로운 나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엄마로서 어떻게 해주어야

둘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 우울증을 겪었는데

아이들도 미운정 고운정이라는 게 있는건지,

새로운 상황, 위기상황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다.

아마도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이...

아이들을 조금 더 너그럽게 만들지 않았을까.

시터도 엄마아빠도 필요없는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마냥 예쁘다.


둘 낳은 보람.

이번 여행 이틀째의 첫번째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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