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에서 편집자로 , 독자에서 창작자로 나아가는 중 -
지난 한 해 동안 휴직을 하고 책꽂이에 쌓아둔 많은 책들을 독파했다.
아이가 학교 가고 없는 짧은 시간 동안, 집안 청소를 하고나면
동네 엄마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대신,
혼자 방 안에 앉아 동기부여 영상을 듣고,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왔다.
그 중에 내가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분야는 '글쓰기'였다.
나만의 책을 출판하는 것.
그리고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의 작품을 출간하는 것.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던 그 일을 위해 나는 재미없는 이 책들을 꾸준한 인내심으로...마침내!
모두 독파해 내었다.
내가 책을 쓰는 방법, 글을 쓰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 그리고...나답게 일하는 방법....
길을 모르면 물어서 찾아가듯이 나는 책을 통해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복직한 올해 마침, 2월에 우연히 열어 본 공문서함에서 '청소년 책 출판 프로젝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게 되었다.
복직을 하면 미친 듯이 바쁜 한 해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루 3시간의 장거리 운전과, 부장업무와 담임업무와 늘어난 수업시수,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내 아이들...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나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책을 출판하는 일!
며칠 간의 장고 끝에. 나는 그냥 저지르기로 했다.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국어교사로서 한 번 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책을 통해 내가 소비한 내용들을, 한 번쯤은 생산자가 되어서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마음의 소리를 이기지 못한 나는, 쉽사리 가지 못 할 그 길에 들어섰고...
4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11월에 드디어 끝을 맺었다.
학생들의 글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내가 책 출판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섭외하고...학생들과 함께 글쓰기 주제를 찾고 글을 쓰고...
그 글을 모두 다듬고 편집하고....출판사와의 조율 끝에...드디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 글이 아니라, 아이들의 글을 출판한 것이지만...
아이들의 글을 다듬으면서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책 출간의 과정을 읽히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머리말>
흩어지면 한낱 종이 한 장이지만,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함께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주제들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가며 일상의 경험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던 지난 8개월은 ‘느리고도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이,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주제를 발굴하고 자신의 생각과 꿈을 찾아가는 모든 여정에 함께 한 ‘나도 작가다’ 동아리 구성원들의 어제가 이 책을 통해 더욱 빛나는 내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 : 경동주, 김시은, 서은진, 신유진, 양예주, 이우주, 이연경, 이준희, 임종명 (삽화 : 신유진, 양예주)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작가입니다.
2023.10.28.
편집 및 지도교사 ***
이제 국어교사로서 책을 출간해보았으니, 나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에는 학교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간한 책이기에 ISBN에 등재되는 과정까지로 만족하지만,
이후 내가 책을 출간하였을 때 이 책을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요즘 유명한 책들의 작가는 대부분 유명 유튜버이거나 셀럽들이다. 작가 자신이 '콘텐츠'이기에 많은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있는 또다른 가능성은 무엇일까? 그저 문학적 감동에 목말라하는 독자보다, 작가의 콘텐츠를 통해 삶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고 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내가 누군가에게 성장의 동력이 되고 배움의 동기가 될 수 있을까? 나의 말에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말의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이렇게 성장해가는 내가 참 좋다. 20대, 30대에는 늘 가지지 못한 것에 휘둘리며 살았지만,
40대에 가까워지면서 내 안의 것을 들여다보고 찾아가며, 흔들림 없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가...참 좋다.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책들과 씨름하며 보낸 지난 일 년의 사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이렇게 학생들과 더불어 성장한 나.
그 고된 여정에 '기꺼이' 끼어들었던 나 자신을 오늘은 듬뿍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