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빗으로 윤기나게 머리 빗고
배울만큼 배웠다신다
아버지는 남자라 내 마음 모른다쳐도
어머니는 여자면서 내 마음 더 모른 채
아들만 바라본다
셈 빠르고
달리기도 잘하고
반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학교 가고픈 내 마음은 동네 강아지도 몰라준다
뿔이난 숙이는 부엌에서
애꿎은 그릇에 화풀이를 하더니
이제는 곤로 앞에 앉아 시린 마음 달래본다
이제 일흔이 되신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록에 남기고 싶어 쓴 글이다.
그러니 그 이전에 학령기를 보냈던 세대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삶은 미래를 향해 달리는 것이 최선인 것 같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하자면 우리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그들의 과거와 만나야 할 기회들이 참 많다.
그러니 나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그들의 과거도 알아주고 이해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내 친구들이 내가 공부 좀 더 했다면 동네를 주름잡았을 거라고 한다."
시어머니께서 가볍게 하셨던 이 말씀을 이해하려면 곤로 앞에 앉아서 마음을 달래며 음식을 만들던 수십 년 전의 숙이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온전히 그때의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의 글이 어머님께는 묵은 기억과 화해하는 따뜻한 기억으로 새롭게 덧입혀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