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아 국아, 아부지의 호령에
여덟 살 소년의 눈꺼풀이 번뜩 뜨인다.
재 넘어 양조장 이씨네에 가서
막걸리 한 병 받아 오너라.
아부지 아침 댓바람부터 막걸리라니요.
한마디 말 못 하고 종종걸음 내달린다.
막걸리 한 병
국이 가슴팍에 따뜻하게 품어지고
사카린 지게미 한 줌, 입 안 가득 녹아든다.
십 리를 걸어 돌아오는 길
하늘은 눈에 스며들고
냇물은 귀에 졸졸 흐른다.
아부지 땀방울이 논바닥에 톡톡 털어지면
달달한 막걸리 한 사발
일할 맛이 절로 난다.
아부지 땀방울에 국이 막걸리가 맺히고
논바닥에 아부지 땀방울이 스며들어
그 해 논농사는 그리도 풍년이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