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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Feb 12. 2024

국이 막걸리

국아 국아, 아부지의 호령에

여덟 살 소년의 눈꺼풀이 번뜩 뜨인다.


재 넘어 양조장 이씨네에 가서

막걸리 한 병 받아 오너라.


아부지 아침 댓바람부터 막걸리라니요.

한마디 말 못 하고 종종걸음 내달린다.


막걸리 한 병

국이 가슴팍에 따뜻하게 품어지고

사카린 지게미 한 줌, 입 안 가득 녹아든다.


십 리를 걸어 돌아오는 길

하늘은 눈에 스며들고

냇물은 귀에 졸졸 흐른다.


아부지 땀방울이 논바닥에 톡톡 털어지면

달달한 막걸리 한 사발

일할 맛이 절로 난다.


아부지 땀방울에 국이 막걸리가 맺히고

논바닥에 아부지 땀방울이 스며들어

그 해 논농사는 그리도 풍년이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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