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량한 세상
하나의 목숨으로 살기에는
어설픈 취객놀음
저승길 입구에서
흰 수염 영감이 막아서서
하는 수 없이 되돌아왔다는
일흔 먹은 백 씨의 말을 들어보니
광활한 세상에서
돌덩이도 보석인 줄
귀하게 짊어지고
고된 길을 걸었는데
아뿔싸
저승은 알몸 입장이라네
일흔이 넘어도
죽었다 다시 살면
그때부터 한 살 어린애
취객으로 처음 살 때는 몰랐지
나만큼 너도 소중하다는 것을
저승 문턱까지 가 보니
내 생명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지
한 번 죽다 살아나도
영~ 딴 세상이라는 백 씨를 보니
아싸리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으로 살아보고 싶다
오늘, 살다 죽고
내일, 살다 죽고
죽고 또 죽어
내 생명의 주인장처럼
진짜 나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