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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Dec 20. 2023

백 씨 이야기

이 황량한 세상

하나의 목숨으로 살기에는 

어설픈 취객놀음     

저승길 입구에서  

흰 수염 영감이 막아서서

하는 수 없이 되돌아왔다는

일흔 먹은 백 씨의 말을 들어보니     

광활한 세상에서 

돌덩이도 보석인 줄 

귀하게 짊어지고 

고된 길을 걸었는데

아뿔싸 

저승은 알몸 입장이라네     

일흔이 넘어도 

죽었다 다시 살면

그때부터 한 살 어린애     

취객으로 처음 살 때는 몰랐지

나만큼 너도 소중하다는 것을

저승 문턱까지 가 보니

내 생명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지      

한 번 죽다 살아나도

영~ 딴 세상이라는 백 씨를 보니

아싸리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으로 살아보고 싶다     

오늘, 살다 죽고

내일, 살다 죽고

죽고 또 죽어

내 생명의 주인장처럼

진짜 나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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