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를 따라 도는 꽃,
아침이면 동쪽을 향해
저녁이면 서쪽으로 몸을 돌려
빛을 좇아 살아간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
때로는 그늘이 되고,
때로는 바람막이가 된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뿌리의 힘을 나누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새 날을 기약하며 산다.
햇살을 좇던 고개가 지쳐
더는 해를 따르지 못할 때에도
꽃잎은 저마다의 빛을 남기고,
머리 숙인 자리에
검은 씨앗이 영근다.
우리네 해바라기 가족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
빛을 향한 긴 여행길에 올랐다.
더위가 가셔 참 좋은 날씨다 싶었는데
시아버님께 카톡이 왔다.
다시 그림을 그리셨다며
해바라기를 그려서 보내오셨다.
평생 진주의 여고 앞에서 왕성사진관의 작가이자 사장님이셨으니 약간의 감각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냥 보고 그려도 그럴듯한 것이 나 같이 그림 소질 없는 사람에게는 감탄할 일이다.
둘째 며느리에게 보내시며
우리 다섯 식구들을 생각하며 그리셨단다.
좌측부터 우측까지 누구인지
맞춰가며 문자 대화를 나눴는데
아버님께선
"잘도 맞춘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막내가 그림을 보더니 자기가 어디 있는지 단숨에 맞추는데, 손가락을 짚어 보인 해바라기를 자세히 보니
그 속에 시아버님의 막둥이 손자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감동이 일었다.
나는 아버님께 그림을 그리시면
나는 글을 써보겠노라 말씀드렸다.
일주일에 하나씩 그리실 수 있을는지
아버님의 건강을 고려해서 말씀드렸더니
하루에도 몇 개는 그릴 수 있다신다.
이런, 아버님의 열정에 며느리가 따라지 못하게 생겼다.
나이 들고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노인복지라는 나의 전공 때문인지
시아버님의 평범한 인생을 자세히, 유념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만난 무수한 노년의 삶에서 포착했던 생동감을
더 가까이에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시아버님과의 대화를 나는 참 좋아한다.
몇 년째 신장투석을 받으시며 어느 날 갑자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가족들을 놀라게 하시지만
좋아지시면 "나는 오뚝이"라며 미소를 건네시며 가족들의 걱정을 도리어 위로하신다.
그럴 때면 병약해져도 인생의 마지막까지 유머를 발휘하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싶다.
이제 살만큼 살았다, 가는 건 내 뜻대로 안 되고 하늘의 뜻이다 하시지만, 결코 생을 향한 열망도 놓지 않으시는 시아버님을 뵈면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시아버님의 그림에서 그런 견고한 인생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