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인 Jul 28. 2022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회포 풀기

가끔보다 빈번하게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놀랄 때가 있다.


소회 1.

동네 어귀에 해가 넘어가도록 놀던 어린아이가

어느새 세월 지나 40대 중반의 여인이 되어있다.

나도 이제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난다. 아뿔싸!


소회 2.

아침마다 지각할까 등에 땀이 나도록 등굣길을  숨차게 뛰던 단발머리 여고생이

어느새 세월 지나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나는 대기만성형이다. 존버만 돼도 반은 이미! 성공이다.


소회 3.

작은 수첩에다 스물여섯 살엔 결혼하겠다며 결혼이 뭔지도 몰랐던 철부지가 벌써 가정을 꾸린 지 14년이 됐다.

세상  반은 남자, 반은 여자.

그렇지만 내 짝을 만나 평생을 산다는 게 당췌 이해되지 않았던 미숙한 내가 지금은 이 남자와 앞으로도 수십 년을 지겹지 않게 살겠다 싶으니 이 정도면 거의 기적이다.

짝을 잘 만났으니 운이 정말 좋았다.


소회 4.

출산은 자연분만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첫애 태반 조기 박리로 죽을 고비 넘기며, 그 후로 연년생을 또 수술로 낳았으니 내 운명엔 자연분만은 애초에 없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자연분만만 무서워했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내 맘대로 살려고 하는 습성은 지병으로 못 고치고 있다.


소회 5.

지방에서 상경해서 서울에서 과연 내 집 하나 가질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세금이 더 무서워졌다. 어찌 이런 일이!

어쩌나! 세월 갈수록 돈이 귀한 줄 알아간다. 나도 이제 나이 드나 보다.



사는 게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하는 이런저런 훈수 같은 말들도

하루하루 씹어가며 알뜰살뜰 살아가며

온전히 '내 것'으로 느끼며 살아내고 싶다.


내 인생 그릇에 앞으로도 더 많은 볼드체의 소회들이 담기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매미와 말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