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의 자기주도성, 독립성, 시간관리능력, 책임성, 성실성, 정직성 등은 너무 중요하다. 부모 부재의 시간에 아이들을 잘 돌보는 일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솔직히 부모가 잘 키우는 것보다 잘 성장해 주어야 하는 아이들의 몫이 더 크고 중요하다.
내 육아의 중요한 특징은 아이들은 의외로 할 줄 아는 것이 많고, 아이만의 놀이보다 모두 즐거운 작업을 놀이로 바꾸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연년생 둘이 어렸을 때는 청소할 때는 나는 청소, 남편은 놀이터에서 아이와 노는 게 일이었다. 많이들 하는 선택이지만 아이들에게 쪼개어 역할을 주면 작은 일들은 생각보다 아주 잘할 수 있다.
13살 12살 7살.
내가 세 아이의 엄마로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가사도우미나 아이돌봐 주시는 분이 계신 줄 안다. 실제로는 막내 돌 때까지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며 도움을 받았지만 그 후로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 물론 남편이 해외파견근무 중에는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남편이 복귀하면 온전히 우리 부부가 도맡았다.
아이 셋이 있는 집을 청소하기란 생각만 해도 복잡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청소하기는 책임감, 성실성, 타협 등을 훈련하는 매우 좋은 활동이다. 어지러운 집 치우기가 힘들 걸 알면 놀잇감을 갖고 놀다 정리해야 하는 게 왜 중요한지 알게 되고, 청소가 시작되면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돼야 끝난다는 걸 알기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해야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거기다 청소 중에 혹시 누가 더 많이 하면 큰일이라도 날듯 시비가 붙기도 하는데 이때 배려와 협상을 경험하게 한다.
이제 별 것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청소 루틴을 소개한다.
청소 시간대: 아침식사 후 곧장
청소 소요시간: 30분 내외
청소 참여자: 초 6 딸, 초 5 아들, 미취학 아들, 엄마
1단계 창문 열기
- 거실문 창문을 열고 각자 자기방 창문을 활짝 연다.
2단계 역할 분담하기
- 토의를 해서 정하지만 주로 하는 역할이 있다. 토의 시작하면 제일 먼저 말을 시작하는 건 막내고 첫째가 조정해서 결론을 낸다.
- 아이들마다 주어진 일을 처리할 때의 장점들이 있다. 첫째는 전체 수행 내용에 대한 숙지가 빠르고, 둘째는 꼼꼼하고 섬세하다. 셋째도 체구가 작아서 어른 손 닿기가 어려운 구석진 곳들의 청소가 가능하다.
- 청소 전에 역할 토의를 해야 끝날 때까지 티격태격이 적다.
3단계 바닥에 있는 물건 제자리에 두기
담당자: 엄마, 둘째
- 둘째는 정리정돈의 귀재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맘먹고 정리하면 칼 같다. 이런 장점을 칭찬해주며 시키면 손댈 데 없이 해놓는다.
4단계 선반 닦기
담당자: 엄마, 첫째, 셋째
- 첫째는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장점이 있어 청소 중간에 동생들을 지도한다. 섬세함은 살짝 부족하지만 속도는 엄청나다. 내가 점검을 시작하면 재빨리 미흡한 곳을 보완한다. 즉, 대강할 때부터 자신이 어떻게 대강했는지 알고 있다.
- 주로 막내의 역할은 고정돼 있다. 거실 큰 테이블 아래에 들어서 먼지 쌓이는 곳 닦기, 프린터기 구석구석 닦기, 에어컨 아래 먼지 쌓이는 곳 닦기, 의자들 닦기. 청소시간에 어지럽혀서 방해가 돼서 역할을 준 건데 생각보다 청소 효율을 높이고 일단 '청소 의식'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다.
※3단계와 4단계는 동시에 이루어지기고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5단계 청소기 돌리기
담당자: 엄마 혹은 첫째, 둘째
- 나는 청소기 돌리기에 진심을 다한다. 다섯 식구가 만드는 먼지와 찌꺼기가 많아서 하루만 건너뛰면 어마어마하다.
- 청소 중에 제일 신경 쓰는 일인지라 이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칠까 고민을 했는데, 이제 슬슬 그냥 맡겨보기로 했다. 그 사이 해야 할 일들은 많으니까.
6단계 바닥 밀대질
담당자: 첫째 둘째 가끔 셋째
- 먼지와 찌꺼기들만 치워도 닦아내는 건 가볍게 할 수 있다. 다이소에서 밀대 두 개 사다가 애들이 노는 듯 순식간에 해치운다.
7단계 신발장 바닥 닦기
담당자: 첫째 둘째
- 밀대질을 하고 다 쓴 1회용 물걸레로 신발장 바닥을 훔쳐 낸다. 주로는 내가 정기 관리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고 직접 해보면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어느새 보고 배운 대로 한다.
청소를 하고 나면 셋 중에 한둘은 꼭 자기 기분을 표현한다.
이제 끝나서 좋아요.
공기가 개운해졌어요.
바닥이 뽀송해졌어요.
무엇에 대한 감흥, 느낌을 갖는다는 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 보면 그것이 만들어낸 변화를 더 쉽게 느낀다. 느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청소는 꽤 배울 게 많은 놀이학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