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1일은 첫째가 태어난 날이다. 난산이었지만 고통을 모를 만큼 황홀했다. 내가 한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탄생시킨 그 고귀한 일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 싶었다. 그래서 첫 아이를 낳은 기억은 나란 사람을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이 귀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나의 삶은 더욱 새로워지고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더 깊이 단전까지 파고들어 내 생명까지 힘 있게 만들어주었다.
딸아이는 6월 말부터 자기 생일을 챙겼다.
"곧 있으면 내 생일이다."라며.
8월에 들어서자 매일 아침
"8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라며 좋아했다.
3일 전부터는 '드디어'를 붙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막상 생일 전날이 되어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소비에 야박한 엄마인지라 이번에는 통 크게 사줄 수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필요한 것 모두 있단다. 결국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 엄마 아빠에게 얘기할 수 있는 쿠폰 하나를 발행했다.
생일 아침 미역국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며, 오늘 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 보라고 했다.
초밥이란다.
그래. 좋다. 오늘 점심은 초밥이다.
초밥을 먹고 나와서 딸이 좋아하는 소다음료를 하나 주문해 주었다. 입이 귀에 걸린다. 오늘은 역시 자기 생일이라서 너무 좋단다.
딸에게 물었다. 생일이 왜 그렇게 좋으냐고. 생일이라는 특별함이 너무 좋단다. 선물이 있어서도 아니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도 아니란다. 그냥 그 특별함이 너무 좋단다. 기분이 좋단다.
마냥 좋아하는 딸의 하루를 지켜보며 이 아이를 낳은 그날의 황홀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네가 생일이 아무리 좋아도, 이 엄마가 너를 낳고 좋아했던 그 황홀한 경험만 하겠니?'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그 기쁨을 이 아이가 평생을 쪼개어 자기 기쁨으로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