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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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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Nov 12. 2022

시래기

날이 추워지면 나는 시래기 된장찌개가 생각이 난다. 요즘 물가가 오른 탓에 마트에 파는 시래기도 예전 같지 않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때마침 무섞박지를 담아야겠다 싶어 농수산시장엘 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무를 보니, 찬 계절이 실감 났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무는 더욱 단맛을 내며 겨울 밥상을 실속 있고 풍성하게 만든다.


무 여섯 개를 사서 무청을 잘라다 옷걸이에 걸어 베란다 그늘에다 말려 걸어 두었다. 마트에서 봤던 시래기 값보다 싸게 무를 사 와서 섞박지도 담고 시래기도 말리고 마음에는 잔잔한 기쁨이 지나갔다. 마침 무청이 깨끗하고 싱싱해서  옷걸이에 걸어두면서도 예쁘게 말라갈 그 모습이 기대가 되어 설렘도 느껴졌다.


까닥까닥 잘 마른 듯 보여  삶아서 불렸다. 두 줄기씩 소분해서 두 덩이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 덩이는 된장국을 끓였다. 마침 된장국을 잘 먹는 열두 살 아드님은 맛나다며 엄지 척을 보이며 두 그릇을 뚝딱해줬다. 이런 게 보람이라는 게지.


내가 만드는 음식들은 생존을 위한 양식들에 가깝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간을 적절히 맞추는 정도에만 최선을 다한다. 그런 내가 무청을 말려서 시래깃국을 만들다니! 이건 분명 기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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