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 나는 시래기 된장찌개가 생각이 난다. 요즘 물가가 오른 탓에 마트에 파는 시래기도 예전 같지 않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때마침 무섞박지를 담아야겠다 싶어 농수산시장엘 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무를 보니, 찬 계절이 실감 났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무는 더욱 단맛을 내며 겨울 밥상을 실속 있고 풍성하게 만든다.
무 여섯 개를 사서 무청을 잘라다 옷걸이에 걸어 베란다 그늘에다 말려 걸어 두었다. 마트에서 봤던 시래기 값보다 싸게 무를 사 와서 섞박지도 담고 시래기도 말리고 마음에는 잔잔한 기쁨이 지나갔다. 마침 무청이 깨끗하고 싱싱해서 옷걸이에 걸어두면서도 예쁘게 말라갈 그 모습이 기대가 되어 설렘도 느껴졌다.
까닥까닥 잘 마른 듯 보여 삶아서 불렸다. 두 줄기씩 소분해서 두 덩이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 덩이는 된장국을 끓였다. 마침 된장국을 잘 먹는 열두 살 아드님은 맛나다며 엄지 척을 보이며 두 그릇을 뚝딱해줬다. 이런 게 보람이라는 게지.
내가 만드는 음식들은 생존을 위한 양식들에 가깝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간을 적절히 맞추는 정도에만 최선을 다한다. 그런 내가 무청을 말려서 시래깃국을 만들다니! 이건 분명 기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