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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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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Dec 24. 2022

탓탓탓, 세상탓, 남탓 말고

나를 새롭게 하며, 인생탐험가로 살아보련다.

세상탓, 남탓, 내탓.

살다보면 탓할 것은 이 세 가지쯤 되는 것 같다.

이 중에서도 나는 주로 내탓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이왕이면 세상탓, 남탓은 하지 말자, 애써 다짐하며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낯선 음식도 일곱 번을 먹으면 본연의 맛을 알아 친근해지고

안 하던 행동도 일곱 번을 하면 습관의 시작이 된단다.

그런데, 오랫동안 내탓을 하며 살아왔으니 '내탓'은 나에겐

삶의 태도이자 방식이 되었을 법도 하다.


내가 세상탓에 남탓을 안 하는 이유는 하나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까.

혁명적인 세상의 변화는 책이나 영화에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관점을 가진 남을 탓해 봐야 얻는 것이 없다.

자칫 숨겨두었던 남탓을 꺼냈다가는 서로 으르렁거리기 십상일 뿐.


그렇다고 내 마음이 그렇게 쉬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세상이나 남보다는 내가 좀 낫다.

어찌해볼 만하다.

더욱이 내 마음을 알기가 남의 마음 알기보다는

아주 조금 수월하다.


익숙하게 내탓을 하며 살아왔기에 얻은 것도 많다.

정직과 성실, 의지, 인내, 신념 등 내적으로 가진 자원도 많아졌다.


내탓하며 사는 것이 이력이 난 듯하더니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세상과 남이 보인다.

그동안 굳이 내탓하며 살아온 것에 살짝 억울한 마음도 올라온다.

그러니 내 인생 사용법이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잠잠히 다시 생각해 볼 때도 있었다.

남들은 나보다 쉽게 사는 것 같고

세상은 아무리 봐도 그다지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


성경의 마태복음을 읽다 보면 완숙된 삶은 계란을 먹다 목구멍에 걸린 듯

참 속으로 받아 넘기기가 난해한 대목이 나온다.

이야기는 이렇다.


포도원에서 일한 품꾼이 서로 다른 시각에 와서 서로 다른 분량의 일을 하는데,

주인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품삯을 준다.

먼저 온 사람은 나중에 온 사람보다 더 받을 줄 알고 기대하지만

주인은 약속한 만큼의 품삯으로 온 시간에 상관없이 품삯을 준다.

그러자 품꾼들은 원망하며 아우성이지만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9시간 일한 사람과 3시간 일한 사람에게 같은 페이를 지불하는 거다.

얼핏 보면 상상할 수 없는 불공정이다.

그런데 포도원에서 나는 어떤 품꾼이 되어서 살까?




며칠 전, 코로나가 아직도 유행이라고 하지만

3년 만에 몇 해 전에 퇴직하신 지도교수님과 선후배가 모여 점심식사 나눔을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았으니 오고 간 대화도 참 다양했고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한 후배의 근황을 나누는데,

한 선배 언니와 내가 동시에 "다 니꺼다."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인생은 참 잘 살아야 한다. 정성껏 잘 살아내야 한다."

뭐 그런 취지의 말끝에 나온 말이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그릇이 내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게 주어진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또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할지를 결정한 결과들은 모두 내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들은 온전히 나의 선택에 따라 내 인생이라는 그룻에 담긴다.

그건 모두 내 것이고 내게 책임이 있다.


포도원의 주인이 품꾼에게 약속한 한 데나리온 대신

만약 기여나 노력에 따라 다른 품삯을 줬다면 공정할 것 같지만

그런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더 숨 막히는 전쟁터가 될 것 같다.


성경의 이야기처럼 포도원의 주인이 오전 9시에 가나, 오후 3시에 가나

따지거나 묻지 않고 내 몫의 품삯을 준다면 나는 몇 시에 나가는 품꾼이 될 것인가?

나에게 다시 질문해 보니, 나는 이왕이면 9시에 가보겠다.

나는 품삯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품꾼 대신 인생탐험가로 나의 정체성을 확~ 바꿔 버리겠다.


포도원에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보낼지,

포도원에서 일하며 찾을 수 있는 가치는 또 무엇일지

호기심을 갖고 찾아볼 것이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할 방법은 어디서나 찾으면 찾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주인은 약속한 품삯을 어김없이 줄 테니

품삯은 어느새 덤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상탓, 남탓으로 노여워 말자.

내 인생의 그릇에 담을 것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이왕이면 이른 시간에 포도원에 나가 아름다운 일들을 도모하자.


세상은 탓할 대상이 아니라 누리는 대상이다.

남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다.

그래도 탓이 하고 싶거든 내탓이나 하며 나를 새롭게 하련다.


나는 그렇게 나의 인생 그릇에 담길 보물들을 챙기며

大인생탐험가로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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