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이라는 이 거친 주제에 대해

2. 온전한 연결을 위한 홀로서기

by 자유인

독립은 말 그대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경계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 한자를 배울 때,

사람 인(人) 자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라는 것을 배우고

두 획의 글자에 담긴 깊은 의미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청도 운문사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는데

산사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고목들 중에

두 나무의 하나가 되어 함께 생존하는 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었던 기억도 있다.


인간은 독자생존이 어려운 존재이고 얽히고설켜 살아간다.

사랑을 주고받는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나름의 깊은 애정이 나를 사회복지, 노인복지 전문가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얄궂게도 한 인간의 발달과정은 철저히 공생에서부터 독립으로 성장의 방향이 정해져 있고

이것을 잘 완수하는 것이 건강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갓난아이들은 스스로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불편하면 울면 된다.

엄마는 아이의 상황을 어찌 알았는지 배고파서 울었더니 젖을 주고

아래가 불편해서 울었더니 뽀송한 기저귀로 바꿔 준다.

단지, 울었을 뿐인데 내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게 작동된다.


인간의 성장은 사실 자신이 전지전능하고 무소불위한 존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기반한다.

나의 모든 필요를 충족해 주던 신과 같은 엄마(부모)라는 존재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때를 바로 독립이라고 한다.


사실, 독립은 쉽지 않다.

살짝 기대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이를테면 부모 됨의 시기는 주는 것을 기쁨으로 느끼는 이타성을 발휘하는 시기이기에

그 기회를 잘 포착하면 자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

달리 말하자면, 너무 오래 부모그늘에서 편안하게 독립하지 않고 안식한다면 성장도 정체될 수 있다.


사실 성장이란 더 강력한 힘과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그늘에서 독립하지 않았다면 모를,

온전히 독립했을 때 알게 되는 반전의 깨달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실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자기 확신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약한 존재라는 나약함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뉘우침에 가까운 앎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수많은 타인과의 연결의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이 필요는 새로운 의존의 대상을 찾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도구로 인식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내 삶을 스스로 영위할 힘 있는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되,

서로의 약함을 온전하게 보완할 수 있는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희생과 겸손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독립이란 관계와 연결됨 안에서 그 숨은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

사랑으로 온전한 연결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나로서의 독립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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