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화분 곁 대나무발

by 이령 박천순

초록 화분 곁 대나무발


빛을 걸러 어둠을 만드는 일
침묵 속에 해야 할 일

정교하게 거른 빛으로
행간에 무늬를 만들고
일렁이는 그림자를 바로 세우는 일
골똘하다

한때 단단한 뼈를 키우고
모든 욕망을 제거하고
하늘과 내통하려는 꿈만 품은 적 있었지

베어지고 깎이고
수직이 수평으로 바뀐 후
울컥울컥 뱉어내던 꿈
짙은 바람냄새가 났다

반은 안을 보고
반은 바깥을 보는 정체성
미처 자라지 못한 대오리

푸른 나무 하나 곁에 오고
무한히 자라는 오감,
여전히 두근거리는

때로는 어둠을 걸러 빛을 완성한다


<열린시학 > 202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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