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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Jul 26. 2022

길을 걷다



마스크 속 호흡이 촘촘합니다

모든 길이 가슴을 열고 누워있어도 우리는 결코 길의 속내를 알 수 없지요 모퉁이에 감춰놓은 무언가가 마음을 설레게 해도 그 실체를 본 사람이 없지요

고요 속에서 따스하거나 단단한 습성이 재부팅되어요 매 순간 명암과 채도가 달라지는 길의 표정을 누가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잡초와 그림자와 구름이 따라와요 누구는 구름을 끌어다 걸치고 누군가는 제 그림자를 안고 기도를 흘려 넣지요

길이 끝없이 반복되면 시간에 갇히기도 해요

모두를 알지만 모두를 모르는 척하는 길
완벽히 아는 것과 완벽히 모르는 것 사이에는 담담한 마음이 있을 뿐이지요

마음이 저무는 길 끝에
노을이 하루를 풀어 다독이고 있어요

뒤따라온 발자국들이 와글거려요
각기 이름을 붙여 보내줍니다
비로소 입을 닫는 자국들
이내 길과 하나가 됩니다

내 길을 읽을 수 있는 눈이 그대에게 있다면 심장을 조금 떼어 드리지요

눈썹에 맺힌 호흡이 촉촉합니다
아직은 발자국을 조금 더 키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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