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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Aug 02. 2022

서산 댁


서산 댁/ 이령


노을도 이곳에선 누더기가 된다

진펄 가득 부러진 나문재들


낡은 나룻배 발바닥이 두껍다

매끄러운 길은 없었다


물때를 잘 알고 몸을 띄워야 하는데

세월은 익숙한 것도 자주 잊어버리게 한다


평생 갯벌에서 뼈를 삭힌 서산 댁

물때를 잊고 바다에 나가다가

목숨 간당간당한 적 여러 번이다


그마저 잊은 저녁

멍하니 바다에 앉은 낡은 목선 한 척

눈가에 노을이 따갑다


망각보다 짜디짠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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