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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Dec 24. 2023

엔트로피

엔트로피 / 박천순



이것은 카레일까요

들끓던 오름이 아직 뜨겁습니다

질척하거나 되직하거나

노랗게 변색된 길을 걸어갑니다

기분에 따라 언덕의 높이는 달라져요

양파 당근 감자 서로 옆구리를 부딪히며

무너진 경계

붉은빛을 잃은 고기는 고기인가요


나는 여전히 나인가요

눈 코 귀 나라고 여긴 것들이 점점 퇴화되고

세모 속에선 세모처럼, 네모 속에선 네모처럼

어설픈 변신에 손금이 닳아가는데


손톱 눈썹 머리카락 변방의 나까지 나열하니 내가 너무 많네요

이 많은 내가 길 위에서 끓고 있어요

발이 땅에 닿는 것은 금기

허공에서 퐁퐁, 바닥도 없이 나는 자라고

얘야 물 좀 더 마시렴

너무 되직하면 목이 멘단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만들고 있는데


카레에 비빈 밥이 점점 뻑뻑해져요

부드러움에서 멀어지는,

이건 라이스일까요, 나일까요



*엔트로피: 모든 것은 질서화에서 무질서화로 변화되므로 그 정체성이 불확실해진다는 의미.


<시와사람 2023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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