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눈동자
노인의 집을 지키던
사과나무 한 그루 시들어간다
수만 가지 색이 뒤섞인 혼돈이
눈동자에 가득해
회오리 같던 생을 보여준다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바람은 곁에서
눈동자를 조금씩 녹여야 한다
눈동자가 다 녹으면 기억은 사라지는 것
조금씩 스러지는 눈빛
자신을 점점 잊어가는 사과나무
침묵이 깊다
생각의 단층이 허물어지고
머리 위 별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승의 기억을 놓은 사과나무
마른 손가락을 바람이 쓰다듬고 있다
노인의 마지막처럼
(시와사람 2023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