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령 박천순 Oct 30. 2023

시집


놔두면 벌레가 슬 텐데,

밤 내내 밤 생각을 한다

가득한 밤


어제는 어제의 밤을 먹었다

송곳니로 반을 갈라 앞니로 파먹었다

시집을 읽으며


다람쥐가 된 기분이었다

가끔 벌레가 쓴 시도 읽혔다

시집의 시도 벌레의 시도

미로가 많았다


오늘의 밤이

오늘의 시집 앞에 있다

포실포실 속살

자꾸 흘리게 된다


산에 가서 먹으면 흘려도 된다

다람쥐는 산에 산다


너무 오래 산에 있었더니

해가 비껴 앉는다

지루하게 해서 미안해


입을 벌리고 하품하는 밤이 수두룩하다

뒤쪽이 조금 얇아진 시집

내일 다 파먹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서산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