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기도

by 이령 박천순



작은 상수리나무가
가는 줄기를 뻗어
커다란 상수리나무를 받치고 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아버지의 아버지쯤 되는 나무를

조상의 죄까지 회개해야 한다는 말씀에

양팔을 벌리고 알지 못하는 죄를 받쳐 들었다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원죄부터 회개하면
몸속이 점점 맑은 바람으로 채워지겠지만
흰 팔뚝 위에 내려앉는 멍자국
또 다른 죄의 무게

내 안에서 옹이는 자라기만 하고

놓을 수 없는 기도의 몸짓
이 작은 상수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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