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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Jan 15. 2024

회개기도



작은 상수리나무가
가는 줄기를 뻗어
커다란 상수리나무를 받치고 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아버지의 아버지쯤 되는 나무를

조상의 죄까지 회개해야 한다는 말씀에

양팔을 벌리고 알지 못하는 죄를 받쳐 들었다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원죄부터 회개하면
몸속이 점점 맑은 바람으로 채워지겠지만
흰 팔뚝 위에 내려앉는 멍자국
또 다른 죄의 무게

내 안에서 옹이는 자라기만 하고

놓을 수 없는 기도의 몸짓
이 작은 상수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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