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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Feb 09. 2024

빈자리


비 오는 산길을 걷습니다
안개가 빗소리를 품고 피어오릅니다
안개 하나의 빈자리는 곧 다른 안개로 채워져
저 부드러운 맨살들 끝이 없습니다

계곡 물속에 발을 담그니
발목을 휘감는 물살이 휘파람 소리를 냅니다
살에 스미지 않고도 뼛속까지 시원하게 만져주고
발을 빼내어도 빈자리를 남기지 않습니다

실수하고 부족하여 구멍이 생길 때
안개처럼 물살처럼
지체 없이 그 자리를 채우고 싶습니다

빈자리에 주님을 모시고 기도하면
내 허물을 아시는 주님
토닥토닥 힘주시겠지요

천국 갈 때까지 주님과 동행하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고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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