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받은 꽃다발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다시 물을 갈아줍니다
방긋 웃던 꽃봉오리가
물속에서도 노랗게 허기가 지고
얼굴빛이 변해가지만
깨끗했던 그 얼굴 그 향기
내 마음에 있습니다
행여 풀꽃 하나라도 밟을까
까치발 딛던 발걸음
바람결에 묻어오는 새소리에
오래도록 귀 기울이던 자세
생각하면 마음이 또 한 뼘 부풉니다
묵은 낙엽이 쌓이면
벌레도 키우고 꽃도 키우는
푹신한 집이 되지요
햇빛도 그늘도 깊이 감싸는
넉넉한 품이 되지요
믿음은 이렇게
오래된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