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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Feb 22. 2024

오래된 친구


친구에게 받은 꽃다발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다시 물을 갈아줍니다


방긋 웃던 꽃봉오리가

물속에서도 노랗게 허기가 지고

얼굴빛이 변해가지만

깨끗했던 그 얼굴 그 향기

내 마음에 있습니다


행여 풀꽃 하나라도 밟을까

까치발 딛던 발걸음

바람결에 묻어오는 새소리에

오래도록 귀 기울이던 자세

생각하면 마음이 또 한 뼘 부풉니다


묵은 낙엽이 쌓이면

벌레도 키우고 꽃도 키우는

푹신한 집이 되지요

햇빛도 그늘도 깊이 감싸는

넉넉한 품이 되지요


믿음은 이렇게

오래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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