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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Feb 22. 2022

바다가 사랑이다

바다가 사랑이다



물결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숨 쉬고 싶을 거야, 모로 누운 몸 사이로

은빛 멸치 떼 물살을 가르고 튀어오른다

 

참았던 숨을 내쉬어 보자

비늘이 있다면, 온기가 있다면 더 잘 자랄 거야

바다는 토닥토닥 물결뚜껑을 매만진다

햇살 따라 장독 덮개를 갈무리하던 어머니처럼

 

간밤 비에 말갛게 닦인 바다가 빛난다

이제 곧 하얀 포말 꽃이 필 테고

깊은 바닥 층층 물고기 떼 분주해질 거다

나는 폭신한 해변을 걸으며 마음껏 상상한다

 

오늘의 물결 아래 어제의 물결, 작년의 물결, 그 이전의 물결, 맨 밑의 물결

시간이 건너갈 때마다 무거워진 어깨를 무너뜨리고 누웠을 거다

 

숨소리가 멎고

숨소리가 바닥이 되고

숨소리가 먹이가 되는

 

방금 잡은 멸치 하나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본다

너무 꼿꼿해서 아프구나

 

죽음과 생명이 끊임없이 몸을 바꾸고

푸르게 푸르게 익어가는 바다

이 많은 숨소리의 환생이 너무 눈부셔서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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