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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미술관 가는 길

아미 미술관에  가다

장맛비가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다. 장대비가 내릴라치면 금세 도랑을 채우고 하천물을 범람시킬 기세다.

어느새 구름이 히고 푸른 하늘이 낯을 내밀 때면 새하얀 양떼구름이 아름답기만 하다.


시간을 내어  숲속 미술관을 가기로 한 날이다. 햇빛이 드러나 무더위를 느끼지만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미술관을 목적지로 찍으며  여유로운 경로를 찾아 눈으로 스켄해 본다.  

갠 직후 날씨 덕분인지 교외로 향하는 차창밖 시야가 깨끗하기 그지없다.


  드넓은 초록빛 예당평야를 가로질러 차는 한동안 시원스레 직선도로를 달린다. 평야를 벗어나니  정겨운 꼬불꼬불 이차로 시골길이 우리를 안내하는 것 같다.


얼마 후 길옆 숲 속에  조용히 숨은듯이 자리한 미술관 건물이 얼굴을 내민다. 오래전 폐교된 학교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장소이다.


수십 세월의 자국을 차곡차곡 눌러쓴 흔적들이 곳곳에 역 역하다.

옛 교정의 나무들이 울창함을 넘어 단층건물인  옛 교사를 온전히 뒤덮어 감싸고 있다.

고색창연한 건물벽을 온통 수놓은 담쟁이 덩굴은 무채색 건물에 생명력을 한껏 불어넣는 듯하다.


교정 주허드렛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수국꽃들이 아름답다. 큼지막한 꽃송이와 다양한 색채감은 단연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때는 아이들로 시끌했을 운동장은  푸르고 보드라운 잔디로 덮여 세련되게 관리 돼있다. 하지만 정작 이제는 쓸쓸한 적막감만 흐른다.


운동장 잔디밭 한켠에  조용히 발을 들여놔 본다. 장소는 다르지만 나의 초등시절, 그 당시와 오버랩되어 감상에 기에 충분하다.


그리 넓지 않은 운동장 즉 대각선을 재어봐일백미터 코스도 안됐던 초등교 운동장이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넓게 보였는지 나홀로 미소 짓게 만든다.


옛 교실들에는 몇 개의 전시관이  꾸며져 있다. 그곳에 들어선 현대미술의 현란한 색상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대비되어 인상적이다.


유명작가 작품들로 대작과 소작들이 조화롭게 전시 돼 있다.

또한 설치미술 같은 포토존 장식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더 끄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은 따로 .

작가의 작품도 설치장식도 아닌 그 어떤 곳에  내 시선이 머문다.


수십 년간 교정이 방치돼 있시간동안 담쟁이넝쿨이 만든 천연의 작품이다. 교실벽과 천장을 수놓은 그 흔적들을 봤을 때이다.


아마도 그 당시 깨진 창문으로 스멀스멀 넘어 들어왔음직한 담쟁이 줄기의 자유분방한 생명력작품이다.  벽을 수놓고 천정을 캔버스 삼아 자연적인 그림을 그려놨던 것이다.


현재는 잎은 사라지고 생명력 잃은 줄기의 문양만 남았지만 훌륭한 천연의 작품임에는 손색이 없다.

이를 존치시킬 생각을 한  미술관 설치자의 탁월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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