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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삼한사온

북극한파가 또 밀려온다.

지난 며칠, 동장군 한파와 남쪽, 온난기류의 힘겨루기가 지속됐다. 그 와중에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남쪽에서는 가랑비를 흩뿌렸다.


결국 소한절기, 겨울 한복판이라는 든든한 뒷심 때문에 동장군의 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온 땅이 또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토끼꼬리같이 해가 짧다던 옛 어른들의 말처럼  한겨울인 요즘 해는 너무 늦게 떠오르고 일찍도 진다. 그러니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할 수밖에 없다.  

그 기세는 낮이 길어지는 새봄이 올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이 땅을 뒤덮은 한파는 며칠 동안 기세를 떨치다가  잠시동안 힘이 빠지고 만다.  이제는 온화한 날씨가 당분간 지속될 차래이다.

그동안 먼 북쪽에서는  냉기가 차곡차곡 쌓여 우리한테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과 온화한 날이 반복되는 일명, 삼한사온이 우리 겨울날씨의 패턴이다.

이러한 삼한사온이 예전 같이 가 않다. 지구 온난화 현상의 결과이다.


요즘 같은 도시민들에게 한파와 폭설, 빙판은 완전히 불청객이다. 일상생활을 불편케 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함박눈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동네형들과 뒷동산 언덕길에 눈썰매 미크럼장도 준비해 놓았다.

또한 날씨가 더 많이 추워지길 기다렸다. 동구밖 널따란 논다랑이에 물도 가득 담아 놓았다. 이렇게 빙판 썰매장이  자연스럽게 준비되었다.


온 세상이 꽁꽁 얼고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동화의 나라가 펼쳐졌다.

마을뒷산 짙푸른 노송들은 머리 위에 가득 흰 눈을 이고 있었다.

마을한켠에 푸르는 대숲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덮여 사이사이로 약간씩 초록빛이 드러나면  더욱 신선함을 주었다.

이렇게 고향의 겨울풍경은 서정적이었다.


우리는 새하얀 눈을 밟으며 산들로 쏘다니길 좋아했다. 덩달아 좋아하던 강아지는  저만큼 항상 앞서갔다.

저녁 늦게까지 눈썰매 타기 얼음지치기등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자연에 파묻혀 살던 어린 시절의 추운 겨울은 우리의 동심을 키웠던 축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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