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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현 Jul 08. 2021

돈은 종이다

종이에 적힌 숫자다.



돈 때문에 참 많이도 힘들었다. 아니, 지금도 힘듦은 진행형이다.

사람마다 힘듦의 정도는 다르고, 돈이 많다, 돈이 적다의 기준도 다 다르겠지만

돈은 많으면 많은 대로 힘들고, 없는 건.. 없는 건 정말 힘들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 중에 돈 때문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돈이 없다고 느껴지면 100원이 소중해지고, 만남에도 돈을 생각하게 된다.

점점 작아지는 나와, 불안해지는 미래에 나라고 돈을 모아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과 코로나로 인해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내가 모은 돈은 어떤 가치가 있나 싶어 졌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조금만 더.. 이제 나아지겠지.. 하며 버텨봤다.

꿈이 아닌 현실은 한계가 있고,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하기엔

숨이 턱턱 막혔다. 숨을 아무리 아껴쉬어도 나가는 돈은 매달 내 숨을 조여왔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가 가진 것을 정리했다.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통장에 적힌 숫자를 봤다.


내가 가진 걸 정리한 마땅한 대가를 받은 것인데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좋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아.. 이거구나..


그냥 종이에 적힌 숫자가 내가 가진 돈이구나..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몇백 몇천 몇억

그 돈의 무게를 내가 알기나 하나?

그 돈의 부피를 보기라도 했나?

몇백 몇천 몇억 이어도 그냥 종이 한 장인데..


참.. 저 종이가 뭐라고.. 종이에 적힌 숫자라 뭐라고..

내가 이렇게 힘들었을까?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불과 몇 시간 전의 나와도 달라진 게 없는데

은행원이 감정 없이 정리해주는 통장, 그 통장에 새겨진 잉크가 

내가 힘들만한 가치가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해 주었다.


돈이 없던 상황에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

돈이 생긴 여유에서 하게 된 생각이라

그게 당황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다. 당황한 게 아니다. 솔직히 허무했다.

왜 단 한 번도 돈이 종이라는 것을,

액수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까?

저 숫자가 숫자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저 돈이 종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종이 한 장의 무게를 왜 돈의 무게라며 짊어지고 있었을까?

감당하지 못할 무게라며 힘들어했을까?

 

돈은 종이인데, 종이에 적힌 금액이 뭐 다 같은 숫자냐? 할 수 있다.

맞다. 내 숫자도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고, 돈 때문에 힘들 것이다.

그러나 돈은 종이고, 액수는 종이에 적힌 숫자다. 라는 인식을 갖는 다면

숨도 못 쉴 정도로 조여 오는 돈의 스트레스에서 작은 숨구멍 하나 정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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