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소현 Jul 26. 2022

일을 한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이 내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일까?

11살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했다.

그래서 난 일을 만들었고,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일들은 돈을 쓰는 일도 있었지만, 버는 일도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나는 행복했다.


일을 해서 행복한 것일까? 인정받아서 행복한 것일까?


그것을 구분 짓지도 못할 나이에

나는 하던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2년 뒤 그만두었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

학생 신분에 맞는 일.

즉, 학교 다니고 공부를 했었다.


그 일이 익숙해질 무렵, 

학교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선배를 만났고, 

또다시 나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

시작과 끝이 모두 나의 의지였고,

그 에너지와 힘은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했고, 하게 되는 추진력이 너무 빨랐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 힘 덕분인지 나는 하고 싶은 일을 16살부터 23살까지 하게 되었고, 

지금 29살이 되었다.


약 6년의 공백은 하던 일을 강제로 그만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23살부터 지금까지는 불안했다.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없어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어서, 할 것들 외에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했던 방식으로는 할 수 없어서 등등 

일을 하는 날 외에는 늘 일을 하지 않는 나를 불안하게 생각했다.


젊은 날, 이 시간, 이 나이에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일을 못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내 의지대로 일을 했고, 그만뒀고, 다시 시작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그만하게 되면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일 했던 그 순간처럼 살아있고 싶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살아있다'. '살아있고 싶다.'


왜? 뭐를 위해서? 

일? 그게 뭐길래?


일을 하면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인가?

일을 하면 돈을 벌고 생계가 유지되니까?

일을 안 하는 나는 보잘것없어 보이니까?


일을 하고 싶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존재한다.

사회적 지위를 찾고 싶고, 갖고 싶다고.

그게 나였다고.


일이라는 단어 속 명예가 ‘나’이고 싶은 거다.


나는 살아있다. 지금도 살아있다.

그것은 틀림없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다 보니 돈도 벌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돈을 벌어봤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명예를 갖기 위해, 사랑을 받기 위해 

애석하게도 내가 하는 일을 하고 싶은 거다.


잔인하다.

나 스스로가.


지금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하면 행복한 일임은 분명하다.

다만, 지독하게 꼬여버린 것 같은 내 생각의 알고리즘들이 답답하다.


너무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인가?

이게 과연 현실적인 걸까?

열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지금의 나의 생각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이 마음을 기록하고 싶다는 것은.

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

살아있음을 느끼는 지향점

지금의 나의 모습 중 본질을 들여다봐야 할 때라는 것일 것이다.


일을 해서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살아있음이란, live가 아닌 심장의 두근거림이지 않을까?


내 안에서 두근거림을 느끼되, 외부에서 live를 느끼지 말자.

이 말을 잊지 않고 싶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청춘의 다이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