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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ug 03. 2023

미룰수록 효율적입니다?

오늘을 기록하다

평가 기간이 오면서 문득 '창업자들은 왜 일을 미룰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매년 겪는 창업자들은 마감 기한이 되면 난리통이었다. 미리 준비하시면 각 단계마다 충분한 준비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것이고 그 사실은 창업자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는 받으면서도 실행은 여전히 더디다. 결국 발표 전날, 24시간도 아닌 겨우 몇시간이 남았을 때 시작한다. 그리고 마감 전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해댄다. 병목 현상으로 그 시기에 더 많은 대표들의 요청이 몰리고, 분 단위를 쪼개는 시간에 해드릴 조언은 그리 깊진 않다.


다행이랄까. 모든 창업자가 이 패턴에 갇혀있지는 않다. 일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에 고민을 더한다. 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부분은 죄책감에 사과하거나, 본인이 게을러서 그렇다고 답했다. 당연히 내가 원한 답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성이 제일 높습니다."


그 중 황대표의 답변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논리적이었다. 데드라인이라는 압박은 시간의 질을 높이고 필연적 마감은 어떻게든 결과물을 낸다. 시작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시간당 생산성은 더 높은 셈이 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더해졌다. 지금의 평가는 결과물의 제출보다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그 완성도에 따라 우린 차별적 포상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감이 다가와서 제출하는 자들이 결과물의 완성도(질적 수준)에 대한 집착이 많다. 역으로 추론하자면, 늦게 제출하는 창업자들은 오히려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고 해석된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다면 일찍 시작해서 빨리 끝내는게 좋기 때문이다.


생각을 더하다보니 다른 생각도 몇 들었다. 일찍 제출하는 건 성의가 없어 보이거나, 마지막까지 고민을 더하다보면 조금이라도 결과물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의 엔딩 크레딧이 슬픈 이유는, 앞으로도 이 고생은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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