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하다.
전통 가옥을 보면 기후를 예측할 수 있다. 열대습윤의 기후는 통풍이 중요한 요소라 지면에서 건물을 띄워 바람의 길을 만든다. 냉대 기후는 찬 겨울바람에 대처하기 위해 북측 지붕은 낮고 남측은 태양열의 흡수를 위해 지붕이 높고 개방된 형태를 띈다. 또한 구조적으로 실내 기운이 가장 높아야 하는 곳에 외벽 외에 열적 완충공간을 두어 가장 안쪽에 배치한다.
우리나라는 높은 연교차가 난다. 지역에 따라 22~44도까지 차이난다. 반면 일교차는 낮고 상대습도는 높다. 다양한 일사광의 강도가 존재하며 계절풍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강수량, 장마철 높은 습도, 강한 일조와 일사를 대처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추위와 북서풍을 차단하면서 일사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건축하기 참 힘든 나라임은 확실하다.
이러한 사실로 보면 배산임수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유리한 일조와 일사를 가졌고 북서풍의 바람은 뒷산의 밀집된 나무가 해결해주었다. 탁트인 남쪽 강바람은 여름을 시원하게 했고, 뒷산으로부터 앞강으로 떨어지는 경사가 배수에도 유리한 구조였다. 앞쪽에 강이 있으니 물을 조달하기 좋아 농경에도 적합했다. 강과의 적절한 이격은 홍수를 대비한 높이와 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뒷산의 나무는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었을 것이다.
한옥의 구조도 흥미롭다. 뒷마당 높은 나무들은 기온을 떨어뜨렸을 것이고열대습윤 기후의 건물처럼 주춧돌이 만든 건축물 아래로 바람의 길을 확보했다. 한옥은 보통 뒷마당에서 앞마당을 통하는 문은 시원하게 열 수 있었다. 널찍한 앞마당은 복사열에 의해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고, 높은 나무가 있는 뒷마당의 서늘한 공기가 관통하여 앞마당까지 상승하는 대류 순환을 유도했을 것이다. 온돌방도 외부에 외벽(1차), 마루 등과 같은 내부공간(2차)을 통해 실내온도 유지를 위한 위치였다.
옷도 여름엔 통풍이 잘되는 구조로 품이 넓었으며, 겨울엔 내복(겉옷 1차, 내복 2차)을 덧입어 온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살았다. 환경, 집, 옷으로 보니 인간은 참 연약한 존재다. 태풍이라는 거대한 위협을 맞딱뜨리고 나니 새삼 집이 참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