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우 Oct 04. 2023

B교수의 망상

오늘을 기록하다_231004

이 행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성과 없는 스타트업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갓 시제품 레벨의 스타트업들이 해외 바이어를 만난다고 한 들 거기서 수출 실적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혹자는 그 희박한 가능성에 승부를 거는 것이 어리석다고 말할 것이다.


내 생각은 달랐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들이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마음껏 실패해볼 수 있는 장이다. 기본적인 가격조차 설정하지 않았던 대표도 있다. 하지만 그 대표는 돌아가는대로 당장 제품 가격에 대한 가격 정책을 면밀하게 세울 것이다. 현장에 있는 바이어가 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이 무너지기도 한다.


수출액 0원. 이 성과를 두고 이 행사는 불필요한 것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참여한 창업자들이 획득한 이 경험치를 공허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창업자들은 다음 바이어땐 더 노련해질 것이며 더 긴장도 적게 할 것이다. 작년의 경험으로 올해는 더욱 라인업을 보강한 창업자분도 있다. 작정하고 영어 자료를 만들어온 창업자도 허다하다.


난 창업계에 성과없는 과정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마음 놓고 실패할 수 있는 장이 더 일반적이길 바란다. 왜곡된 성공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실패로 단단하게 쌓는 성장이 창업이라고 불리길 희망한다.


10월 4일. 하늘이 높아 누가 보아도 가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절하는 스타트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