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하다_231004
이 행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성과 없는 스타트업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갓 시제품 레벨의 스타트업들이 해외 바이어를 만난다고 한 들 거기서 수출 실적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혹자는 그 희박한 가능성에 승부를 거는 것이 어리석다고 말할 것이다.
내 생각은 달랐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들이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마음껏 실패해볼 수 있는 장이다. 기본적인 가격조차 설정하지 않았던 대표도 있다. 하지만 그 대표는 돌아가는대로 당장 제품 가격에 대한 가격 정책을 면밀하게 세울 것이다. 현장에 있는 바이어가 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이 무너지기도 한다.
수출액 0원. 이 성과를 두고 이 행사는 불필요한 것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참여한 창업자들이 획득한 이 경험치를 공허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창업자들은 다음 바이어땐 더 노련해질 것이며 더 긴장도 적게 할 것이다. 작년의 경험으로 올해는 더욱 라인업을 보강한 창업자분도 있다. 작정하고 영어 자료를 만들어온 창업자도 허다하다.
난 창업계에 성과없는 과정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마음 놓고 실패할 수 있는 장이 더 일반적이길 바란다. 왜곡된 성공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실패로 단단하게 쌓는 성장이 창업이라고 불리길 희망한다.
10월 4일. 하늘이 높아 누가 보아도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