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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pr 15. 2021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표입니다.

지원 사업 선정을 위한 발표평가장. 발표를 하던 김대표는 순간 입술을 질끈 깨문다. 사업 선정을 위해 발표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김대표는 기업의 대표이기 전, 두 아이의 엄마이다. 사업과 아이들 중 아이들은 항상 더 높은 우선순위였으며, 사업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겨우 사업이란 것을 살필 수 있었으며, 모자란 시간은 결국 잠을 희생해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전날의 수면 부족이 다음날의 육아를 더 힘들게 했으며, 그 피로감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에는 자신이 왜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끊임없이 해왔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도, 남편을 탓할 수도 없다. 이 먹먹한 현실이 자신을 더 슬프게 만들고, 더 억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눈가로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부터 울컥하고 올라와 하염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저... 진짜 열심히 사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답함에 억지로 내뱉은 말은 슬픔과 같이 올라온 탓에 목이 메어왔다. 아직 질의응답 시간이 남았지만, 더 이상 김대표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김대표는 자신이 너무 바보 같기만 하다. 옷깃에 몇 번이고 훔쳤지만,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표님...”     


난 안타까운 마음에 김대표를 불렀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창업지원을 하면서 워킹맘 대표를 많이 봐왔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각오로 사업을 하는지 잘 안다. 일단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간의 사용이 아무리 질적으로 높아도 일반 창업자를 따라잡는다는 건 무리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더 막막해졌다. 어쨌든 발표평가는 경쟁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지원금에 대한 애절함이야 모두 있겠으나, 이 워킹맘 대표처럼 애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발표평가에 애절함이란 평가 항목은 없다.     


“많이 힘드시죠? 사업구조나 그간 이력을 보니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그런 와중에도 사업을 영위하신 것은 대표님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표님. 오늘 이 자리는 대표님 사업의 최종 판결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에요. 저희가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에서 대표님의 사업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대표님이 열심히 준비해 오신 사업계획서와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사업의 한 단면을 보고 평가하는 자리에요. 그러니 결과에 개의치 마시고 자신의 사업에 떳떳하셨으면 해요.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지금 사업 운영하는 방식은 대표가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대표님은 보통 대표님보다 훨씬 더 시간이 부족하시구요. 그래서 지금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문제인 구조에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도 훨씬 줄어들 거예요.”     


창업은 어떤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이 없다면 그 기업은 지원 가치가 없는 것인가. 지금의 창업시스템은 ‘동아줄’과 같다. 유망한 사업 아이템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높은 금액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를 한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웃으며 일어날 수 있는 ‘안정망’같은 창업시스템은 어떨까? 고용과 매출이란 성과 대신 격려와 지지가 담긴 그런 시스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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