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표입니다.

by 시우

지원 사업 선정을 위한 발표평가장. 발표를 하던 김대표는 순간 입술을 질끈 깨문다. 사업 선정을 위해 발표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김대표는 기업의 대표이기 전, 두 아이의 엄마이다. 사업과 아이들 중 아이들은 항상 더 높은 우선순위였으며, 사업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겨우 사업이란 것을 살필 수 있었으며, 모자란 시간은 결국 잠을 희생해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전날의 수면 부족이 다음날의 육아를 더 힘들게 했으며, 그 피로감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에는 자신이 왜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끊임없이 해왔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도, 남편을 탓할 수도 없다. 이 먹먹한 현실이 자신을 더 슬프게 만들고, 더 억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눈가로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부터 울컥하고 올라와 하염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저... 진짜 열심히 사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답함에 억지로 내뱉은 말은 슬픔과 같이 올라온 탓에 목이 메어왔다. 아직 질의응답 시간이 남았지만, 더 이상 김대표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김대표는 자신이 너무 바보 같기만 하다. 옷깃에 몇 번이고 훔쳤지만,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표님...”


난 안타까운 마음에 김대표를 불렀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창업지원을 하면서 워킹맘 대표를 많이 봐왔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각오로 사업을 하는지 잘 안다. 일단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간의 사용이 아무리 질적으로 높아도 일반 창업자를 따라잡는다는 건 무리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더 막막해졌다. 어쨌든 발표평가는 경쟁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지원금에 대한 애절함이야 모두 있겠으나, 이 워킹맘 대표처럼 애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발표평가에 애절함이란 평가 항목은 없다.


“많이 힘드시죠? 사업구조나 그간 이력을 보니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그런 와중에도 사업을 영위하신 것은 대표님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표님. 오늘 이 자리는 대표님 사업의 최종 판결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에요. 저희가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에서 대표님의 사업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대표님이 열심히 준비해 오신 사업계획서와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사업의 한 단면을 보고 평가하는 자리에요. 그러니 결과에 개의치 마시고 자신의 사업에 떳떳하셨으면 해요.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지금 사업 운영하는 방식은 대표가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대표님은 보통 대표님보다 훨씬 더 시간이 부족하시구요. 그래서 지금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문제인 구조에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도 훨씬 줄어들 거예요.”


창업은 어떤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이 없다면 그 기업은 지원 가치가 없는 것인가. 지금의 창업시스템은 ‘동아줄’과 같다. 유망한 사업 아이템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높은 금액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를 한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웃으며 일어날 수 있는 ‘안정망’같은 창업시스템은 어떨까? 고용과 매출이란 성과 대신 격려와 지지가 담긴 그런 시스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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