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을 피해 달아난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오후 반차 내고 아이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스쿨버스 마중 나가서 아이를 기다린다. 이 시간은 묘한 설레임이 있다. 스쿨버스가 올 길을 몇 번이고 돌아본다. 주위의 정적도 마음껏 즐겨본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며 깜짝 놀라는 아들 표정에 행복하다.
아들녀석이 학교 다녀와 마당에 있는 앵두를 따 먹는다. 요즘은 매일 앵두를 따먹는다고 한다. 뒷마당의 산딸기는 동네 새들에게 선수를 당했다. 얼마전 사슴벌레가 나와서 잡아서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정작 내겐 징그럽다는 말 한 번하고 시큰둥하더니 엄마한텐 나중에 자랑했다고 아내에게 들었다. 곧 열매가 익을 블루베리 두 그루도 온전히 아들의 몫이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살던 나의 기억들처럼 지금의 추억이 아들에게 좋은 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금요일 오후였다. 가끔 이런 시간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