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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ul 21. 2021

새벽

일찍 잠든 탓에 새벽에 눈을 떴다. 마당의 풀을 정리하다 물린 모기 자리가 간질간질하다. 방문을 여니 새벽의 시원한 공기가 바닥부터  진동한다. 전원생활의 가장  장점이다.  시원한 공기.


새들은 아침부터 바쁘다. 새벽 매미의 울음엔 날카로움이 없다. 고개숙여 행여나 방해될까 긴 울음을 자아낸다. 바람은 아니지만 다시 또 새벽 공기가 한웅큼 들어온다. 참지못해 일어난다. 거실 바닥, 시원하다. 무심코 내딛은 걸음을 다시 천천히 음미한다. 뒷꿈치부터 도톰한 발가락들이 하나씩 바닥을 토닥거리게 걸어본다. 시원하다. 고요하다. 내 발가락부터 폐속까지 안정된 느낌이다.


지난밤엔 아이가 아파 밤새 잠을 설쳤다. 시간맞춰 약 먹이고 몸 주물러주며 거의 뜬 눈으로 보낸 지난밤이 오늘 잠을 달게 했다. 어제의 전쟁이 거짓같은 오늘의 잔잔한 새벽이 감사하다. 고무공 튀듯 마당을 노니는 새들을 보며 웃는다. 곤히 잠든 아이 얼굴에 또 웃는다.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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