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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02. 2021

규칙

D+2

내가 제일 처음에 접한 규칙은 숙제였다. 선생님의 단호한 지시에 따라 그것은 반드시 내일까지 해와야 하는 것이었다. 대중심리에 의해 그 구속력은 더 강해졌고, 훗날 조금 더 나이가 먹었을 때는 체벌로 구속력이 더 강화되었다. 주어지는 규칙의 대부분은 지극히 하기 싫은 것 위주였고 그로 인해 규칙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규칙에 반하는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게 될 즈음에 규칙을 어긴다는 행위는 터프함과 배포를 동시에 인정받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아이가 어른에게 가장 큰 부러움을 가지는 것은 자유일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고 느낀 점은 결국 어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규칙을 짊어지고 살며, 규칙 속의 삶에서 짬밥으로 운용의 폭을 정확히 아는 것이지,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결국 어른은 다시 아이를 부러워한다. 그들이 제한받는 규칙은 어른의 입장에서는 일상 전체가 자유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숙지해야 되는 것이 규칙이다. 이 규칙을 숙지한다는 것은 내가 행할 수 있는 자유의 폭을 가늠하는데 필요하다. 그 자유를 기반으로 조직이나 사회 내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이룰 수 있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일부는 규칙의 틈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남들이 발견못한 통찰로 높은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그 발견한 틈이 도덕적 혹은 시대적 해석에 따라 혁신 혹은 비난을 받게 된다.


규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이를 설득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개인주의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하지만 결국 개인과 개인의 상호 존중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이 필수적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동의를 얻는데 성공할 수 있다. 다만 개인차가 빚어내는 의견차는 필연이다. 시대에 따라 공감대는 변화되므로 규칙 역시 불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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