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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03. 2021

재능

D+3

“어머니, 큰 인물 하나 만들어봅시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이 어머니를 붙잡고 한 말씀이었다. 도시에서 전학 온 하얗고 작은 난 시골 학교에서 꽤 전도유망한 학생으로 평가받았다. 담임 선생님은 내가 어떻게 공부를 잘하는지를 궁금해하셨다. 행여나 어머니가 열성적인 학부모로 저녁이면 아들이랑 스파르타식 학습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집에 가선 난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없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회상으로는 수업 시간에는 상당히 집중해서 듣는 것 같았다고 하셨다. 사실 1학년때 또래 친구들은 모두 한글을 알고 입학했지만, 난 한글을 모르고 입학했다. 그런 내가 전교 1등을 하는 건 어머니가 가장 의아해할만한 일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난 꽤 재능많은 학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냥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중 한 명이다. 당시의 재능으로 치부된 것이 성장 과정에서 변질된 것인지, 재능만 믿은 노력없는 몰락한 인텔리전트인지 답은 알 수 없다.


간혹 어떤 분야에서 이러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그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따라잡을 수 없음에 좌절한다. 범재가 천재를 보았을 땐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좌절은 자칫 자신의 앞길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이겨내는 범재들은 천재보다 더 오래 그 직을 하는 경우이다. 문득 재능은 노력을 이길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재능은 흔히 노력과 비교되는 단어이다. 재능은 하늘로부터 받은 선천적인 것이나 노력은 개인이 끊임없이 추구하여 얻는 후천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무엇이 중요할까라고 고민해보면 개인적으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사업가는 재능보다는 끈기 있는 노력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가장 무서운 건 노력하는 재능이다. 이는 결국 천재에게도 노력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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