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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r 04. 2022

[서평] 그 회사의 브랜딩

현장의 날 것이 주는 싱싱함이 이 책을 들게 만든다.


지인의 소개로 접한 책은 읽기 전 두근거림이 있다. 대개의 책 추천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에게 너무 좋았거나 추천해주는 사람의 취향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남언니는 경북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기업이기도 하여 더 애착이 갔다. 처음 30여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은 안타까웠다. 개념 설명이 너무나 기초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딩이라는 것 자체를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가 전문가처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강남언니라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인데 걸출한 지식을 뽐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선입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읽다보니 이러한 쉬운 언어는 저자가 늘 추구해온 철학과도 관통하며, 책의 속도감을 늦추지 않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전문가나 구루가 이야기하는 어려운 용어 없이도 스타트업 대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수두룩했다. 어느새 난 책에 숱한 플래그와 밑줄을 치고 메모까지 하면서 읽고 있었다.

이 책은 황조은 저자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 하나도 허투루 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예시는 실제로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하고 얻은 이야기였다. 그것도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겪을만한 시련의 단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는 언제 애플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볼까요?”

“대표님은 애플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자주 듣는 이 질문을 난 주로 질문으로 받아친다. 브랜딩이라는 것을 대부분 대표로부터 발현되며 그것이 고민과 깊이가 있을수록 빛이 난다. 브랜딩을 고민하는 대표에게 근원적 질문을 꼭 하는 편이며, 그것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념과 원칙을 찾아내려 애쓴다. 그러한 대표의 생각과 철학이 기업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그렇게 형성된 기업문화가 브랜딩으로 연결된다. 흥미롭게도 브랜딩이란 영역은 기업의 정신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브랜딩을 고민하는 창업가에게 이 책을 권하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책을 처음 읽을 때의 불만족은 어느새 사라지고 저자의 인스타 계정을 검색하고 있는 날 발견했다. 처음부터 잘난 브랜드는 없다. 하지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가장 막막하다. 그 해결책으로 충분한 책이 나온 셈이다.




기업 브랜딩이 잘된 회사는 가장 중요한 채용과 투자 유치에 드는 비용을 절약해주는 효자다. 기업 브랜딩이란 어느 하나만 특별하게 잘 알리고 예쁘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존재하는 온갖 것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결함은 줄이고 강점은 극대화하는 총체적인 말이다.

- 광고와는 다르다. 강점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수반되는 일이다. 제품/서비스와 맞물려 어필 포인트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회사의 슬랙 메신저에 '칭찬은 우리를 춤추게 만든다'라는 채널이 있다. 처음에는 칭찬 수가 적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동료들을 칭찬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쌓여가는 칭찬 글의 숫자는 어느새 회사에 칭찬이라는 문화가 자리잡았음을 알려주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 새로운 문화를 시작할 때 리액션의 부족으로 좌절해선 안된다. 쌓이고 쌓여서 기업의 문화가 되도록 해야한다. 기업문화와 마케팅은 연결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철학은 결국 기업의 내면, 즉 구성원에게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사내 뉴스레터가 흥했던 이유는 한가지다. 바로 우리만의 '비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밌는 내용이어도 뉴스레터만은 '대외비'를 유지했다. 우리만 아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 솔직하게 만들었다.

- 커뮤니케이션의 재미있는 특질이다. 뉴스레터 자체가 개방적이나 정보는 폐쇄적일 때 독자의 몰입감이 증폭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부 결속도 강해질 것인가.


나보다 내 동료가 더 잘해낼 수 있는 일은 많다. "이것 그대로 디자인해주면 됩니다"라고 요청하는 건 협업이라기보다는 업무 지시에 가깝다. 대신 어떤 의도가 담겨있고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등등 자세한 의도와 맥락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디자이너는 업무 지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의도만 잘 전달된다면 제 밑그림은 모두 바뀌어도 좋아요."

예전엔 디테일까지 챙기면 디자이너의 수고를 더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디자이너가 수직적으로 느낄 줄은 몰랐다. 그도 자신의 영역 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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