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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26. 2022

헤어질 결심


1.


타지의 지원사업에 접수한 J대표님은 막상 가기가 싫어서 고민이라고 하신다. 간혹 자신의 증명을 지원사업에 하시는 대표님들이 계신다. 시간 아깝게 왜 그리 하냐고 물으면, 그냥 가볍게 쓰고 안되어도 상관없다고 하신다. 물론 그럴리는 없다. 낙방하면 마음 상해할 것이다. 매년 이런 유형의 대표님들을 꼭 만난다. 지원사업보다 시장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드렸다. 물론 아직은 입력이 잘 안되실 것을 잘 안다. 그래도...흠냐~


2.


최근 내게 일어난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관점의 이동이다. 좋은 일에서 나쁜 점 찾기. 비판적 사고가 항상 발전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엔 나쁜 일에서 좋은 점을 찾는다. 이는 부정의 늪을 탈출하는데 유용하며 삶의 사이클을 회복하는데 탁월하다. 


너무 좋아 업된 기분이 다운되지 않아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고로 경계해야 되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끊임없이 가라앉는 것을 경계하면 된다. 그래서 좋은 상황은 더 오래 유지하고, 나쁜 상황은 더 빨리 털어낸다. 아니,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3. 


윤대표님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었다. 그 아쉬움도 잠시 윤대표는 업체로부터 받은 앱기획서 검토를 요청했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사람인가 싶었다.


분량이 많아 검토만 3시간 반이 걸렸고 피드백에 1시간반이 소요되었다. 대면을 못하니 전화기를 켜고 아이콘이나 UI의 모양을 말로 설명해야 했다. Zoom을 이용하자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셨나보다. 하나도 안비밀이지만 그 덕에 더 힘이 들었다.


"20대 이후로 이렇게 여자랑 오래 전화한 적 처음이네요."


수화기 너머 윤대표님의 웃음이 넘쳐난다. 


"교수님, 말씀하신 내용 정리해서 업체에게 보내겠습니다. 혹시 작성 중 의문 사항이 생기면 전화해도 되겠습니까?"


"아니요. 우리 헤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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