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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26. 2022

삼계탕


중간 평가 후 대표님들은 잠시 공허함에 빠진다. 결과가 나오면 일부는 그 증상이 심해진다. 기대하기 때문이다. 입교하고 처음 한달, 중간 평가하고 한달을 날리고 나면 안그래도 짧은 협약기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 고민하느니 같이 하는게 낫다. 내 지론은 그렇다.


올해 복날엔 삼계탕을 한번도 먹지 못했다. 기운 빠진 최대표님에게 삼계탕을 사겠노라고 이야기했지만 말복이 지나고서야 사는 셈이다. 역시나 우린 음식이 나왔을 때 이쁘게 사진 찍기보다는 빨리 맛보기를 택하는 그룹이었다. 분과 사무실에 입교 후 분과 대표님들의사진을 차곡차곡 모아서 인화해뒀다. 스마트폰의 저장장치나 클라우드에 있는 사진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걸 본 김대표님은 문득 서투른 셀카를 시도한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여기 들어와서 진짜 많이 배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대사를 말한 대표가 이번주에만 3명이나 되었다는 건 얼마남지 않은 기간에 대한 아쉬움과 자기 나름의 회고를 마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마음이 더 와닿는 까닭에 나 역시도 아쉬워진다. 


퇴교 후에도 대표님들이 지금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사무치게 그립고 행복해서 그 힘으로 더 멀리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린 시절 동네 골목오듯 이 곳에서의 추억을 담보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고 당당하게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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