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의지로, 다시금

대지의 여신이 이끄는 재생의 서사

by 박지선
8. 고요한 의지로, 다시금.png


우여곡절 끝 떠나온

그 길을 불살라 버려라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새로운 문을 맞이할 수 있게


활활 타오르는 지나온 궤적에

때묻은 영혼도 함께 떠나보내라


번뜩이며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는

수그러들며 재가 되어 흩어질 것이니


한 번의 호흡

고른 숨을 자각하며 생의 의미를 되찾고


한 번의 미소

생명 있는 뭇 존재를 품는 자비로 채색하며


새살 차오르는 벌어진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아라


고통받은 과거를 단단히 응축시켜

딛고 선 현재를 느껴보아라


양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움이

발끝까지 다다라 식어가면


대지의 어머니는

원초적 온기로 부활을 고하리니


고요한 의지로 결연하게

깨끗한 몸으로 당당하게


피를 나눈 손을 마주잡은 채

새로운 문을 향해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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