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문, 여름 끝의 관조
길 위에 놓인
얇은 선 하나
내 그림자는
그 위에서 멈춘다
숨이 부풀고
여름은 과일처럼
팽창한다
뜨거운 공기 속
보이지 않는 문 하나가
멀리 열린다
바늘귀만한 틈
그곳으로 빛이 스며든다
나는 손끝으로
끝의 윤곽을
조심스레 더듬는다
오르면
내려다보는 것들을 잊는다
커지면
작아지는 것들을 놓친다
정상에 닿으면
선은 꺾이고
가장 밝은 빛은
가장 짙은 그림자를 만든다
여름의 정점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희미한 번짐 속
조용히 서 있는 문 앞에서
내 안의 여신이
낯선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