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품

거대사의 발단, 생명의 시원에서

by 박지선
10. 태초의 품.png


품는다

어미닭이 알을


품는다

뱃속의 태아를


작은 몸덩이에 품고 품다보니

뻥 뚫린 가슴 어찌할 바 몰라


어두운 밤 달님 곁에 몸을 뉘였더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네


거대한 우주의 품속에 있으니

누구나의 첫 집, 자궁이 이랬으려나


온 우주를 유영하고 훨휠 날며

허공에서 자유롭게 춤추다가


아침 햇살이 가슴에 와 꽂히면

어느덧 온전해진 몸을 일으켜


품는다

나의 젖가슴에


품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대를


육신이 녹아내려 사라질 때까지

나는 어쩔 수 없이 품고 품고 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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